[현철씨 첫공판]『청탁』『탈세의도』 물증없는 공방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7일 열린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첫 공판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은 「청탁」이라는 객관적 사실과 「조세포탈의 의도」라는 주관적 목적이 있었느냐의 문제였다. 이 두가지 요소는 현철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의 범죄성립여부를 결정적으로 가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관련자의 진술과 정황증거에 의해 추정될 뿐 결정적인 물증은 없는 상태여서 검찰과 현철씨 모두 각자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3명의 검사가 번갈아가며 현철씨를 추궁했고 현철씨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듯 차분하고 냉정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본격 신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해 12.12 및 5.18사건 재판 때처럼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현철씨가 받은 돈과 소득 일부에 대해 청탁관계와 조세포탈의 경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현철씨의 변호인도 발언기회를 얻어 『재판부가 의문사항을 고스란히 지적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李勳圭(이훈규)대검 중수부 3과장이 먼저 공격에 나섰다. 그는 현철씨가 동문기업인 등에게서 받은 돈을 차명계좌에 입금시키고 한솔그룹 趙東晩(조동만)부사장에게서 10만원짜리 헌수표로 돌려받은 것은 『실명으로 보유하면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로 세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로 돈세탁을 하고 헌수표를 사용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현철씨는 그러나 『대통령의 차남으로서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했을 뿐이며 탈세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명거래가 당시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실시한 금융실명제 정신에 반한다는 생각을 안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현철씨는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사장과 金德永(김덕영)두양그룹회장에게서 받은 32억여원에 대해서도 『활동비로 받은 돈』이라며 청탁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김회장이 자신에게 보낸 신한종금 소송 보고자료의 존재를 거론하자 『그런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김회장의 신한종금 소송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국제그룹 해체결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부인으로 일관한 현철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는 김회장과 이전사장 등이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3,4차 공판에서나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