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24시]여름휴가, 회사콘도 『좋지요』

  • 입력 1997년 7월 7일 08시 20분


「올여름엔 가급적 회사콘도, 안되면 고향집에 신세진다. 해외관광은 당분간 보류」. 불황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임금동결에 인원감축 등 회사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러다보니 휴가를 맞는 직장인들의 마음이 예전처럼 넉넉지 못하다. 평소 「휴가땐 회사쪽으로 눕지도 않는다」는 대기업 金炳勳(김병훈·38)과장은 올해 「소신」을 꺾었다. 회사의 사원용 콘도를 이용하면 거의 교통비밖에 들지 않는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던 것.휴가지에서 회사 상사와 만나는 불편함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결국 설악산의 회사콘도를 택했다. 그러나 회사콘도라고 해서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여름 알뜰 휴가족들이 크게 늘어 대기업 콘도는 대만원이다. 삼성전기는 회사 콘도 경쟁률이 작년의 10대 1에서 올해는 16대 1로 높아졌다. 회사콘도를 신청했다 떨어진 L차장(42)은 어머님이 계신 고향 무주로 행선지를 바꿨다. 어머님은 『휴가철까지도 늙은이를 신경써준다』며 반가워하셨지만 사실 「효도」보다는 「경비절감」이 우선목적이었다. 작년엔 두 동생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 갔다가 1백만원 가까이 썼다. 일찍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직장인들도 정작 휴가철이 되자 선뜻 해외로 나서기를 주저한다. 친구들과 해외여행 계를 부어오던 모 자동차회사 李俊植(이준식·36)과장은 올해 자동차 판매실적부진으로 매년 휴가철 지급되던 성과급(50%)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달러강세때문에 여행비용 부담이 커지는 바람에 해외여행은 무기한 미루기로 했다. J그룹은 연중휴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는 거의 전원이 여름에 휴가를 냈다. 번잡한 여름을 피해 매년 11월초에 휴가를 가던 S과장(37)은 『경기침체로 회사분위기도 안좋은데 괜히 휴가철이 아닌 시기에 휴가를 갔다가는 눈밖에 나는 수가 있다』며 『올해는 그냥 남들 갈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일부 증권사 사원중에는 8월말 승진시험을 앞두고 아예 시원한 동네 독서실에서 휴가를 보내는 「현실파」도 적지 않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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