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삼성自 고발…「車 구조조정 보고서」파문 법정비화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자동차 구조조정 논란이 법정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기아그룹은 5일 기아 및 쌍용자동차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유포한 삼성자동차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의 악성루머 합동단속반에 고발했으며 삼성측에 의한 명예훼손과 경영상의 손실에 대해 법적 보상을 요구키로 했다. 기아측은 이날 金善弘(김선홍)회장이 주재한 그룹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기아측은 또 삼성측의 보고서 유포에 대한 대응을 공동논의하기 위해 전경련 회장단회의와 자동차공업협회 대책회의 소집을 요구키로 했다. 삼성자동차는 최근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등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아는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고 쌍용은 극단적인 자구노력이 없으면 회생이 어려운 상태』라며 기아와 쌍용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기아측은 『우리 회사에 대해 성장한계기업, 재무구조부실기업 등으로 악성루머를 퍼뜨린 것이 삼성측임이 밝혀졌다. 이같은 교묘한 여론조작으로 인해 금융이 막히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기아측은 『삼성측 주장은 기아를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려는 의도에서 퍼뜨리는 음해』라며 『우리 그룹은 전에도 삼성이 악성루머를 은밀하게 유포하는 바람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회사경영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최근 쌍용자동차의 주인이 곧 바뀐다는 소문 때문에 해외 영업소들의 주문이 끊겼으며 GM 등 해외기업들은 삼성과의 M&A설을 이유로 쌍용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삼성측의 구조개편 유도공작에 강하게 반발했다. 쌍용측은 『승용차를 한대도 생산하지 않은 삼성이 기존업체의 경쟁력을 운운하며 구조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발』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도 『자동차업계의 구조개편이 필요해진 것은 삼성이 설비과잉 우려를 알면서도 승용차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아직 투자 초기단계인 삼성의 사업철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구조개편은 업계 자율로 진행돼야 하며 정부가 삼성의 M&A를 돕기위해 세제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측은 『보고서는 개인 차원에서 작성한 내부자료이며 회사의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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