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30일 대선자금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형사소추가 가능한 퇴임 후라면 법적인 책임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재야법조계에서는 『퇴임 후 본격적인 수사와 형사소추 절차를 위해 사전에 대선자금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현역 검사를 포함한 법조인들은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내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선자금에 대한 내사가 시급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확보의 필요성.
대선자금 수사는 기본적으로 자금추적이 관건이다. 문제는 자금추적에 필요한 수표를 촬영해 놓은 마이크로필름과 입출금전표 등의 은행 보존기간이 5년이라는 점이다.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관련 금융자료는 지난 92년 5월 김대통령이 민자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부터 92년12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까지의 기간에 집중돼 있는데 임기가 끝나면 자료의 보존기간이 끝나 수사가 어려워진다는 것.
이미 확보한 수사자료와 증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도 수사 착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비자금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출신 모 변호사는 『한보 및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등을 통해 대선자금이 상당부분 파악됐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그동안 확보된 자료와 증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자금 문제는 방대한 수사이므로 기왕 시작하려면 하루빨리 내사에 들어가 많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소시효 문제도 중요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므로 재임중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대통령의 경우 퇴임 후에는 공소시효가 3,4개월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대선자금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대선자금에 사전뇌물죄 등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몇년 더 연장된다. 그러나 사전뇌물죄는 논란이 많으므로 불필요한 논란없이 수사하려면 일단 선거법 위반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소시효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오는 연말 대선에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선자금 내사와 증거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의 K변호사는 『수사는 위협과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한 만큼 이번 대선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