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대선자금 대통령이 밝혀라…잘못 솔직히시인해야』

  • 입력 1997년 5월 9일 20시 08분


한보사건 수사가 9일 현재 1백일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金賢哲(김현철)씨의 비리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폭발성이 엄청난 92년 대선자금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자 국가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위기상황을 빠른 시일내에 수습해 경제를 살리고 부패한 정치문화와 정경유착 관행을 척결함으로써 지금의 난국을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모두가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 인사들은 이를 위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해명과 용서를 구하는 결단을 내려 헌정 중단사태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법대 金日秀(김일수)교수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됐고 국정수행의 도덕적 권위가 훼손됐으며 경제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도 없는 상태』라면서 『대통령이 대선자금을 솔직히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난국타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金仁杰(김인걸)교수는 『국정수행능력을 상실해 나라전체가 위기에 빠진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一洙(김일수·27·회사원)씨는 『여야 정치권 전체의 정치자금 관행을 밝혀내 세대교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뿌리부터 개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李起香(이기향·50·주부)씨는 『국가차원의 위기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정치수준을 선진화시켜야 한다』며 김대통령은 앞으로 여권의 대선후보 결정과정에서 손을 떼고 경제살리기와 외교 국방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金宗勳(김종훈)변호사는 『의혹은 파헤쳐야 하지만 그 이후 발생할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통제력을 잃은 상태에서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대선자금 등의 문제는 정치권에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문제에 너무 집착해 현재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를 경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동근·윤종구·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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