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어려운 학생 수업료 대납…선생님 사랑에 눈물

  • 입력 1997년 2월 27일 19시 58분


세 아이를 둔 학부모다. 『엄마 등록금 못내 나 퇴학 당하면 어떡해요』하며 걱정하는 중학교 1학년 막내아들에게 『얘 설마 퇴학이야 시키겠니. 조금만 기다려봐』라며 애써 안심시켰지만 마음이 아팠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몇년 전부터 남편의 일도 제대로 안돼 생계를 유지하는데도 빠듯한데 아이들은 점점 자라 큰딸이 고2, 둘째딸이 올해 고교에 진학했다. 세 아이의 마지막 등록마감일인 작년 11월20일을 넘기고도 3개월이 돼가고 있었다. 학교의 독촉에 큰딸의 등록금만 겨우 마련, 며칠전에 냈고 둘째딸은 다행히 3년동안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막내 것만 하루하루 미루고 있었다. 어떻게하든 종업식 전까지는 내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담임선생께서 전화를 했다. 『조금 어려우시더라도 2월19일 2학년 반편성하기 전까지 등록금의 반만이라도 보내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목이 메었다. 너무 고맙고 황송해서 옆집에서 10만원을 융통하고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까지 보태 13만7천여원을 채워 죄송스런 글 몇자 적어 아이편에 보냈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가 흰봉투를 내밀었다. 두툼한 봉투 속을 꺼내보다가 깜짝 놀랐다. 영수증 외에 편지와 1만원권 지폐 10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편지의 내용인즉 『여러가지로 힘드셨을줄 압니다. 혹 불쾌하게 여기지 마시고 어차피 준비한 저의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누나들이 공부 잘한다고 들었습니다. 고교에 진학하는 용호 누나에게 참고서 몇권 선물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용호도 아주 착하고 영리하니 계속 노력하여 훌륭히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럽고 죄송해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 각박한 세상에 선생님이 수업료를 대신 내주시다니…. 나는 그 편지와 돈을 가슴에 안고 선생님의 가슴을 안은듯 한참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막내도 눈물을 감추려는지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껌벅거렸다. 아들이 일생에 이런 스승을 만났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일까. 30대중반의 그 여선생님은 새학기엔 전근을 가신다면서도 제자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애틋할 줄이야. 선생님은 종업식전날 새벽 3시까지 손수 만든 아이들의 사진이 든 액자를 나눠주셨단다. 『남정희 선생님. 선생님의 그 높은 인격과 제자 사랑하는 마음을 존경합니다』 최명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산26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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