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부모-출생지 모두 미상… 삶만큼「기구한 호적」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지난15일 괴한에게 저격당해 23일 현재 9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한영씨(36)의 호적초본에는 짧았지만 기구했던 이씨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씨의 부모는 이태순과 성혜랑씨. 그러나 이씨의 호적초본 부모란에는 「李명미상」 「성명미상」이라고 적혀 있다. 또 「평양 중구역 대동문동」이라고 적혀 있어야 할 출생장소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미상동미상번지」로기록돼있다. 6.25때 월북한 외가쪽에서는 처음 낳은 아들, 그리고 첫째가는 남자가 되라는 뜻에서 지었다는 「리일남」(李一男)이라는 이름은 이한영(李韓永)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영원히 살라」는 뜻으로 당국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61년4월2일생인 이씨의 출생일도 61년9월28일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도 곡절이 있다. 82년 이씨가 한국에 도착한 날을 생일로 삼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씨의 호적은 한번 더 바뀔 것이 확실하다. 본인이 사망한다면 붉은 줄이 그어질 것이다. 아직 광진구청에 신고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씨는 지난해 12월16일 서울동부지원에서 이혼 확정판결을 받아놓고 있기도 하다. 〈이명재·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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