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1일 이한영씨의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부탁을 한 뒤 수수료를 입금하는 남자의 모습이 찍힌 은행의 폐쇄회로TV녹화테이프를 확보함으로써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화면속의 남자가 이씨의 피격사건에 어느 정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어쨌든 사건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심부름센터 직원 김모씨(51)는 지난 5일 오전 9시45분경 한 의뢰인으로부터 이한영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로 추정되는 이 남자는 서울 말씨를 쓰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을 『부도가 나서 도망다니는 사업가』라고 소개하고 『처의 불륜관계를 조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처가 방을 세놓았는데 세입자의 전화번호와 그의 부인 이름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힘들지만 알아보겠다』면서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의뢰인은 『지금 도망다니는 처지라 전화연락이 안된다』면서 자신의 주소와 「세입자」의 이름을 일러주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92번지 현대아파트 418동 1402호 이한영. 주민등록번호 610928―×××××××. 세대주는 김상현, 바로 나다』고 말했다. 의뢰인은 이씨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자 이씨의 선배인 「김장현」을 「김상현」으로 잘못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당신이 집주인이면 직접 전화를 걸면 될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이 남자는 『그럴 일이 있다. 염려말라』고 말했다.
20만원을 받기로 한 김씨는 성남전화국 안내에 「이한영」과 「김상현」의 전화번호를 문의했으나 전화번호부에는 올라있지 않았다. 김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세무서직원을 사칭해 1402호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낮 12시반경 의뢰인이 『부탁한 일을 알아봤느냐』고 전화를 걸어와 김씨는 『일단 돈을 입금시켜라』고 했다. 10분 뒤 다시 『입금했다』는 전화가 걸려오자 김씨는 이씨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의뢰인은 수수료를 송금하는 과정에서도 용의주도한 면을 보였다. 그는 5일 오전 9시53분 마산 경남은행 동마산지점에서 먼저 15만원을 「김상현」명의로 송금했다. 그리고 즉시 대구로 이동, 낮 12시반 국민은행 동대구지점에서 이번에는 「최성철」명의로 5만원을 송금했다. 30만원 이하 소액에 대해서는 창구직원이 실명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