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만기자] 북한노동당국제담당비서 黃長燁(황장엽)망명과 李韓永(이한영)씨 피격사건으로 귀순자와 국내요인들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면서 갖가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金泳三(김영삼)정부 초대 청와대 경호실장 출신인 朴相範(박상범)민주평통 사무총장은 정부가 내부적으로 선정한 「경호대상 요인 72명」에 포함돼 17일부터 경찰관 2명이 24시간 경호하고 있다.
줄곧 대통령을 포함해 요인경호를 했지만 막상 자신이 경호를 받게 된 박총장은 무척 쑥스러운지 18일 낮에는 경호원들에게 『점심시간에는 수행경호를 하지 말고 사무실에 남아 쉬라』고 했다.
權五琦(권오기)통일부총리에게는 거주지인 서울성동경찰서 경찰관 1명이 전담경호를 해왔으나 요즘들어 전경 2명이 추가돼 3명으로 불었다. 신문기자와 동아일보 사장 출신으로 경호와는 인연이 없던 권부총리는 작년 9월의 북한 잠수함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담경호가 붙자 부자연스럽게 여겼다. 이런 판에 경호원이 3명으로 늘자 탐탁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경호대상 A급 주요귀순자들에게는 4명의 경호원이 붙어 24시간 밀착경호를 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이같은 경호를 불가피하다거나 고맙게 여긴다. 그러나 『평소에는 가끔 전화나 하고 보호하는 시늉만 하더니 이제 와 법석이냐』며 떨떠름해 하거나 경호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20대 초반의 귀순자 김모씨는 『운동을 많이 했고 특수부대 출신이어서 내 몸 하나 지키는 데는 자신 있다』며 『경호를 물리쳤지만 마음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귀순자들 중에서도 김용씨(가수 겸 방송인) 전철우씨(작가 겸 방송인)처럼 언론을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이나 황비서 망명이후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사람들은 「특급경호」 대상이다. 지난 95년3월 일가족 5명이 월남한 오수룡씨는 이씨 피격이후 경호담당 경찰관들과 동거하다시피 하고 있다. 때로 7,8명에 이르는 경찰은 오씨의 셋집에 들러붙어 지내며 비좁은 방에서 가끔 잠도 같이 자고 식당밥을 같이 시켜 먹는다. 오씨는 『같이 있다보니 친해지기도 하고 밥값을 선생들이 내줘 고맙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귀순자 김모씨(회사원)는 『가능하면 귀순자 친구들과 같이 지내며 밤에 혼자 잘 때는 머리맡에 야구 방망이를 놔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