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기자] 이한영씨 피격사건이 18일로 발생 나흘째를 맞았다.그러나 별다른 진전없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현재까지의 수사상황 및 향후과제 등을 점검해 본다.
▼탐문수사▼
경찰은 사건직후 이씨가 망명한 북한 고위층 자제이며 쓰러진 이씨가 『간첩』이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남상화씨 등의 진술에 따라 북한간첩의 소행으로 단정, 군 안기부와 함께 공조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아파트경비원과 주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탐문조사를 벌였으나 추가목격자는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탐문수색을 강화하고 이날 몽타주 작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본 목격자가 아무도 없어 「몽타주배포를 통한 검문 검거」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또 군과 함께 평소 간첩들의 은신처로 이용돼온 분당 중앙공원 등 사건현장 주변에 대한 정밀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나 역시 범인들의 흔적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현장감식▼
사건현장에서 머리카락과 지문 혈흔 등을 확보했으나 분석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분석이 나오더라도 별다른 도움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또 감식결과가 밝혀지더라도 간첩의 소행일 경우 관련전과자 등 자료가 없어 큰 기대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화발신지 추적▼
이씨를 찾는 괴전화에 대한 발신지 추적도 당초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건당일 이씨에게 걸려온 두차례의 전화 발신지를 파악하면 범인의 윤곽을 잡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화국을 통해 분당외 지역에서 걸려온 시외전화는 파악을 할 수 있지만 시내전화는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호출기를 뒤늦게 입수, 13개의 호출기 번호에 대한 확인작업을 하고 있으나 별다른 혐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및 전망▼
경찰은 당초 『실종됐다』고 발표한 25구경 탄환 1발이 이씨의 잠바에 박혀 있는 것을 사흘만에 발견하고 탄피도 벨기에제가 아닌 체코제라고 번복하는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단순형사사건」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은 결국 「얼굴없는 범인」을 쫓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정적인 제보가 없는 한 경찰의 수사는 장기화를 넘어 미궁에 빠질 염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