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사건]범인,李씨 장기간 추적-도청 가능성

  • 입력 1997년 2월 17일 08시 22분


무장군인 검문
무장군인 검문
[박종희·이명재 기자] 李韓永(이한영)씨를 저격한 괴한들은 이씨의 소재나 귀가시간을 어떻게 알았을까. 장기간의 추적과 전화도청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씨가 임시로 머물고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현대아파트 김장현씨의 집에는 여성월간지 「우먼센스」기자를 사칭한 전화가 두차례나 걸려 왔었다. 자칭 기자는 이씨의 귀가시간을 물었다. 그러나 우먼센스편집장 이형옥씨(40·여)는 『기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확인해본 결과 이씨 집으로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편집장도 그 전화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씨는 피격당하기 한시간 전인 15일 오후 9시경 귀가하는 택시안에서 휴대전화로 집에 있던 김씨의 부인 남상화씨(43)와 통화했다. 남씨가 『우먼센스라는 잡지사기자가 오늘 여러번 전화를 걸어왔다. 인터뷰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씨는 깜짝 놀라며 『아무한테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우먼센스에는 아는 기자도 없고』라며 집으로 돌아오다 변을 당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잠행 14년」이라는 수기를 낸 뒤 안기부안가를 나왔으나 사업부진으로 잠실 처가, 양재동 친구집, 분당 김씨 집 등을 전전하고 있었다. 따라서 범인들이 이씨의 임시거처인 김씨 집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상당기간 이씨의 뒤를 밟아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씨는 설을 앞둔 지난 달 말경 부인과 딸을 잠실 처가에 보내고 자신은 김씨 집에서 방 한칸을 얻어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범인들이 현대아파트 14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이씨를 붙잡아 총격을 가했다는 것은 평소 이씨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당일 귀가시간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씨는 북한의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집에 들어오지 못하다 오랜만에 귀가하던 중이었다. 이씨는 3개월전 「J코리아」라는 판촉회사를 만들었다. 이씨는 그 사업의 하나로 밸런타인데이인 14일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지하1층매장에서 팔 초콜릿을 포장하느라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강남의 여관에서 잤다. 따라서 이날 범인들이 며칠만에 귀가하는 이씨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이씨의 움직임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도청가능성을 수사중이다. 범인들이 사건당일 이씨가 휴대전화로 김씨 집에 건 전화를 도청, 귀가시간을 알아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경찰은 사건발생 열흘 전쯤 전화국 직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김씨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한영씨가 전화가설을 요청했는데 어디다 어떻게 설치해야 하느냐』고 물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나 이씨 모두 전화가설을 신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시기는 이씨가 김씨 집으로 거처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범인들이 이씨가 실제로 김씨 집에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전화도청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꾸준하게 이씨의 뒤를 추적해왔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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