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정관계 로비실상을 밝혀줄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총회장의 운전사 林相來(임상래·45)씨가 10일 오후 9시 대검에 소환돼 이틀째 조사를 받고 있다.
임씨는 8년 동안 정총회장의 벤츠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그림자처럼 정총회장을 수행해온 인물. 그는 정총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달 31일 잠적, 전남 진도의 처남집에 숨어있다 이날 연행됐다.
검찰은 임씨가 정총회장 대신 현금이 든 무거운 사과상자를 들고 정총회장의 심부름을 해왔다는 한보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라 그동안 10여명의 검거전담반을 구성, 임씨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특히 정총회장이 사과상자에 2억원을 담아 은행장에게 건네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보의 정관계 로비내용을 사적인 자리에까지 배석한 임씨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임씨가 정총회장을 만난 것은 강원 정선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다 정총회장이 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을 방송국에 맡긴 것이 인연이 돼지난77년부터정총회장을 위해 일하게 됐다.
정총회장의 임씨에 대한 신임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총회장은 임씨가 승용차 주변에 떨어진 못을 줍고 있는 것을 보고 「조그만 물건 하나도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후 임씨를 더욱 아꼈다는 것.
임씨에 대한 정총회장의 신임은 지난 95년 4월 「의전담당 상무」라는 공식직책을 직접 준데서도 확인된다.
한보측은 『타그룹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아 직책을 올렸을 뿐』이라고 하지만 다른 대기업 총수 운전사들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그의 직책은 정총회장의 특별한 배려임에 틀림없다.
임씨는 부인에게조차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일절 함구해 올 정도로 입이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모씨(39)는 11일 『남편이 평소 회사일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아 정총회장과 관련된 일은 듣지도 못했고 왜 갑자기 사라졌으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연락도 없다』고 말했다.
〈李浩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