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기자] 굳게 닫혀있던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자물통 입」이 2일 새벽을 고비로 열리기 시작했다. 검찰이 정총회장의 입을 열게 만든 「비장의 카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검찰은 한보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을 총괄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을 수사착수 직후 소환한 뒤 불구속상태에서 계속 조사해왔다.
정총회장의 심복인 김씨는 지난 91년 수서비리사건 때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을 정도로 오랫동안 한보그룹의 자금관리를 맡아온 핵심인물.
검찰관계자들은 이번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 수사의 성패는 정총회장의 입을 어떻게 열게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의 입을 열게 만들 「열쇠」는 결국 김씨가 제공할 것으로 판단해왔다.
이와 관련,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처벌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조건 등을 제시한 뒤 비자금 관련사항 등의 진술을 받아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증언을 해주는 사람의 경우 처벌하지 않거나 구형을 가볍게 해주는 이른바 「기소전 인부(認否)제도」(Plea Bargain)는 미국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형사소송법상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지난 30년대 미국 검찰이 시카고 갱단 두목 알 카포네를 잡기 위해 회계담당 심복의 증언을 받아내 그를 탈세혐의로 처벌한 대신 자백한 심복은 처벌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한국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이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조직폭력 마약 수뢰사범 등의 수사에서만 예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93년 슬롯머신사건 당시 검찰이 朴哲彦(박철언)의원과 李健介(이건개)전대전고검장 등을 구속한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 당시 검찰은 鄭德珍(정덕진)씨 형제로부터 동생 德日(덕일)씨의 불구속을 조건으로 진술을 받아냈었다.
당시 수사검사였던 신한국당 洪準杓(홍준표)의원은 『당시 대검측은 덕일씨를 구속수사하라고 宋宗義(송종의)서울지검장에게 서면으로 직무명령을 내리는 등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 검찰관계자는 『이 제도가 논란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영 파묻힐 수 있는 범죄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수사기법중의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