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장학생 초청제도」 실속없이 돈만 낭비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0분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마다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정부초청 외국장학생제도가 「지한파(知韓派)와 친한파(親韓派)를 많이 만들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나랏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 50만원의 생활비와 학기당 20여만원의 연구비 등 적지않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도할 제도적 장치나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적인 명분 때문에 선발과정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이들을 거의 공짜로 교육시키고 있는 대학측에선 이들 중 몇명이 면학분위기마저 흐려놓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96년 현재 전체 90여명의 정부초청 외국장학생 중 70여명이 재학하고 있는 서울대의 한 조교(29)는 『수업시간에 한국말은 커녕 영어로도 발표 한번 못하는 자격미달인 학생들도 있다』며 『어떤 학생들은 공부보다 외국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벌이」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어학연구소의 한 한국어강사는 『유럽에서 온 한 학생은 「영어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며 한국어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아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쯤되자 최근 서울대 어학연구소는 정부초청장학생이 석사과정 등에 진학할 때 한국어능력과 인성 등에 대한 담당교사의 소견을 주요 평가자료로 활용해 줄 것을 학교측에 건의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점은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조차 자신들에 대한 무관심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 동유럽에서 온 한 학생(30)은 한국에서 정해준 날짜에 입국했지만 10주 단위의 한국어강좌 중 이미 2주가 지나가버려 8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구겨졌다고 한다.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한국정치를 공부한 와카하다 쇼지(25·서울대 정치학과 석사과정)는 『나는 분명 한국이 「초청한」 장학생인데 숙소 정하는 것에서부터 도서관이용 교과목신청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기관인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진흥원 李元根국제교육교류과장은 『예산이 없어 이들을 위한 전용기숙사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대학들이 「한국의 세계화」에 기여할 학생이라는 애정을 갖고 지도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夫亨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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