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씨 수사]수뢰물증 부실…검찰 수사 고전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53분


「金正勳기자」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李養鎬전국방장관을 밤샘조사한 검찰은 25일 오후부터 李전장관에 대한 2차조사에 들어갔다. 전날밤과 새벽까지의 1차 조사에서 검찰은 李전장관을 상대로 △92년 8월 공군참모총장 진급청탁 △94년 8월 영문메모전달 △95년 4월 경전투헬기관련 수뢰혐의 △95년 11월 13억원 추가수뢰혐의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1차 조사결과에 대해 安剛民중수부장은 『쭉정이밖에 없다』며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李전장관이 혐의사실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인했다』고 전했다. 가장 결정적인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수뢰혐의에 대해서는 자백을 받아내지 못했다. 安중수부장은 『李전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과 李전장관을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은 5대5』라고 말해 여전히 수사가 진통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이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통상적인 뇌물사건 수사와 달리 돈을 준 쪽의 진술이나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을 먼저 확보한 뒤 李전장관을 소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우중공업 임원들을 조사했으나 李전장관에게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딱부러진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계좌추적을 통한 물증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李전장관은 95년 4월5일 타워호텔 주차장에서 무기중개상 權炳浩씨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타워호텔에 간 적이 없고 그날 오후에는 드림랜드의 만찬에 참석하느라 갈 수도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댔다. 더욱이당시 李전장관의 승용차 운전병도 『李전장관을모시고 타워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李전장관의해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이 李전장관을 바로 부른 것은 이미 입을 맞춘듯한 대우측 임원들을 더 조사하기보다는 李전장관을 바로 조사해 승부를 거는 것이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李전장관으로부터 먼저 자백을 받아내고 이어서 대우측 임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었던 것. 검찰 고위관계자는 『李전장관을 소환한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우리는 사선(死線)에 서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내내 李전장관이 1차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李전장관의 입을 열게 할 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밀검토했다. 그리고 2차 조사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李전장관이 무기중개상 權씨를 통해 1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할 「제삼의 인물」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제삼의 인물」이 어느 정도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수사관계자는 『李전장관의 혐의는 어차피 곧 밝혀지게 돼있다』며 2차 조사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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