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작업이 난항을 거듭, 정리해고제 도입여부 등 주요 쟁점사항의 처
리는 결국 내년 임시국회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18일 오전 노사협상에서도 별 진전이 없자 이날 오후로 예
정됐던 전체회의(법개정안 의결기구)를 오는 25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앞으로 1주일
이내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노동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과 노개위 공익대표간에 절충안이 오가면서 노사간 막후협상이
급진전하는 듯 했으나 지난 14일 노개위가 「민주노총이 변형근로제와 정리해고제
를 받아들이고 경총도 개별사업장 복수노조를 수용키로 한 것」처럼 확대해석해 발
표하면서 협상분위기가 깨져버렸다.
이때부터 민주노총과 경총 관계자들은 내부의 강경세력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
고 『협상에 응하자』는 온건파의 목소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노개
위 공익대표들도 절충안을 거둬들였다.
결국 노개위의 법개정안 마련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현재 정부와 노개위
에선 내부적으로 「민주노총은 빠졌지만 한국노총과 사용자간에 주요 쟁점중 한두개
만이라도 합의를 이끌어내 이를 올해안에 처리하고 나머지는 내년 2차개혁 과제로
넘기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즉 정리해고 변형근로 복수노조 삼자개입 교원노조 등 5개 핵심 쟁점 가운데 서로
하나씩만이라도 양보, 이미 노사합의를 이룬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 삭제」
등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내에 노사관계를 개
혁하겠다』고 공언한 청와대측의 체면도 살고 동시에 「정부 단독 강행」에 따른 부
담도 덜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개위가 18일 전체회의를 25일로 연기한 것도 이같은 「부분 개혁」에 대한 마지
막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부분 합의 가능성도 커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노총만 타협에 응했다간 망한다」는 입장이고 사용자측도 경제위
기론을 등에 업고 점점 더 경직되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도 정부와 노개위 내부에는 「노동법 처리 강행론」이 없지 않지만 지난
1일 대통령이 노총위원장단과의 오찬에서 『노사합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진 않겠
다』고 공언한 이후 강행론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노동전문가들은 『이제는 노사 어느 누구에게도 결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
라며 『노동법개정 작업 자체가 내년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분
석했다.
〈李基洪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