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과 헌재는 “국민의 사법 접근성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반응이다.
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대법원 이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대법원 등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향해 “대법원 대구 이전을 공약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법원의 경우 세종시 이전론이 제기된 이후 대구는 물론이고 전북 전주, 광주 등에서도 “우리 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우범기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재의 전주 이전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예비후보는 “헌재 전주 이전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역사적 뿌리인 전주에서 완성하는 과정”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국토의 균형 있는 이용과 발전’ 책무를 헌법 수호 기관이 몸소 증명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북지방변호사회도 “정치·행정·언론 권력이 집중된 서울과 공간적으로 분리돼야 헌법 수호 기관의 본질을 지킬 수 있다”며 전북도지사, 전주시장 예비후보자들에게 헌재의 전주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주제다. 사법기관 이전은 2020년 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박주민 의원 등이 “대구에 대법원, 광주에 헌재” 구상을 언급한 뒤 이듬해 민주당 지도부도 관련법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별다른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관련 법안들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22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된 상태다.
이런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법기관 이전은 국가 사법체계의 효율성, 국민의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지 않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수도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대법원이 있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접근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판 청구권, 사법 접근권 차원에서 지방 이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헌재 역시 2024년 국정감사에서 재판소 지방 이전과 관련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헌재 소재지는 국민의 헌법재판 청구권 행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접근성,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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