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는 5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까지 누구라도 제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 뜻을 묻겠다”며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당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면서 “저에게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의원이나 단체장들은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자신의 사퇴 또는 재신임을 요구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전(全) 당원 투표를 고리로 한 ‘정치 생명 내기’를 들고나온 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한(친한동훈)계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겨냥한 최후 통첩으로 풀이된다. 당원 투표가 장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사퇴·재신임을 요구해온 인사들이 국회의원직이나 시·도지사 직을 걸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확산됐다.
● 張 “혁신파라면 말한 것에 책임져라”
장 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일까지 누구라도 제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뜻을 묻겠다”며 “당원들이 저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재신임 하지 않으면 당 대표직과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 조건으로는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한) 국회의원, 단체장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오 시장과 친한계 의원 16명, 재신임 투표를 처음으로 요구했던 초선 김용태 의원, 당 노선 변화를 촉구해 온 개혁·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일부 의원 등에게 서로 직을 걸고 끝까지 가보든지,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멈추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취지로 촉구한 것. 그러면서 장 대표는 “때로는 혁신파 소장파 개혁파라는 이름으로 당대표의 리더십을 가벼이 흔들어 왔다”며 “말로써 정치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책임 지는 게 소장파다운, 혁신파다운, 개혁파다운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이 같은 승부수를 띄운 건 당원 투표에서 지지 않을 거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원 배가 운동을 통해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당원’을 돌파했고, 당원들의 보수화 속도를 볼 때 당원 투표에서 질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이다. 친한계도 김 의원의 재신임 투표 주장에 “결과가 뻔한 당원 투표는 장 대표의 명분만 강화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사퇴 외에 재신임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친한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지아 의원은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이미 결과가 보이는 판을 깔아놓고 ‘당원이 결정한다’는 건 ‘책임 정치’가 아니라 ‘계산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발표는) 억지와 궤변이 광란의 춤을 췄다. 윤석열 계엄 포고문 듣는 줄 알았다”며 “민주주의를 그만 망가뜨리고 당장 사퇴하시라”고 했다.
이날 국회를 방문했던 오 시장도 기자들과 만나 “실망스럽다. ‘자리를 걸어라’, 이것은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직에 대한 장 대표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자기 자리를 걸 자신이 있는 사람만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라는 것”이라고 장 대표를 엄호했다.
● 당협위원장 교체는 보류하고 경고만
한 전 대표 징계를 결정했던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당협위원장 37명 교체 권고가 담긴 당무감사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경고만 하고 교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선을 앞두고 분열했다간 필패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 해당 당협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지방선거 이후 당협 정비나 지방선거 기여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재평가해서 다시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장동혁 지도부가 장 대표를 비판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지선 이후 교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7, 28일 서울 당협위원장 21명은 한 전 대표 제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친한계와 친오세훈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다수 참여했다.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성명을 주도한 배현진 의원은 서울시당 전체의 뜻처럼 왜곡했다는 이유로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친한계 신지호 전 의원은 “자르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고 반당권파로 결집하는 건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무감사위는 이날 구의원 공천희망자들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은 의혹이 불어긴 민병주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권고하기로 했다. 당무감사위는 앞서 김 전 최고위원에게 지도부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이 때문에 징계수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한편 국민의힘 정강정책·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는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 현 지방선거 경선 룰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당심 비율을 70%로 높이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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