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25 유엔참전기념행사에 참석해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 등에서 대만 포위를 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29일 재개한 가운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은 단순히 한반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속적인 훈련을 거쳐 대만을 실제로 침공하거나 위협 수위를 높일 경우 한국군도 역내 가장 큰 위협인 중국에 대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로얄파크컨벤션에서 열린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만 포위 훈련을 통해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듯 “동북아 위기는 순식간에 전개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역할은 핵심적”이라며 “한국의 역량, 지정학적 위치, 대비 태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 중에서도 핵심 축(core anchor)”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앞서 19일에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거론하며 “이 조약에는 어떠한 특정한 적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한미동맹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역내 다양한 위협에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 위치와 한국군의 정교함, 한미 연합 지휘 구조의 성숙함은 한국에 경계를 크게 뛰어넘는 전략적 무게(strategic weight)를 부여한다”고도 덧붙였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및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비롯해 한국군의 역내 안보 역할 및 책임 강화 등을 포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는 “동맹 현대화는 단순한 구호(slogan)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이 역시 한국군이 작전 범위를 한반도에 국한하거나 작전 목적을 북한 대응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국 대응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등 동맹 현대화를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서울의 선택은 한반도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 울림(echo)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의 역내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동참한다고 발표하면 인도태평양 역내 다른 국가들도 대중 견제 전선 구축에 속속 나설 것인 만큼 하루 빨리 결단해 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포럼에 참석한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은 “한국의 다음 전쟁은 한반도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역내 위기가 확산되면 북한의 참전 등이 이어지며 한반도까지 위기가 번질 수 있는 만큼 확전 예방 차원에서라도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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