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의원 보좌진, 갑질 당해도 보호장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2일 13시 31분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국회의사당 전경. 2025.4.8/뉴스1 ⓒ News1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국회의사당 전경. 2025.4.8/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하며 국회 내 ‘보좌진 갑질’ 문제가 재조명된 가운데 보좌진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마땅한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국회 공식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1일 발간한 ‘미국·영국 의회의 의원과 보좌직원 관계: 고용계약과 고충처리제도를 중심으로’에서 미국, 영국 의회의 보좌진 보호 제도를 고찰한 뒤 우리 국회 시스템이 갖는 한계점을 진단했다.

입법조사처는 국회 보좌진의 경우 국회의원에 의해 인권침해나 ‘갑질’을 당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공무원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공무원법이 정하는 고충처리절차에 따라 심사 청구나 신고를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돼 이 같은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인권상담 및 인권침해 조사 등을 담당하는 국회인권센터가 마련돼 있지만 이곳 또한 국회의원이 가해자인 경우 조사권한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국회는 보좌직원에 대한 국회의원의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을 금지하는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윤리규범이 없으며, 해당 사안을 엄정히 조사해 서 제재할 수 있는 국회 내부의 시스템이 제도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회의원과 보좌직원 간 관계의 특성상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국회의원 윤리 규범에 괴롭힘과 차별,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대안으로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과 국회의원 행동강령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직위의 사적 이용 금지’나 ‘사적 노무 요구 금지’와 같은 내용을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포함하고,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를 명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윤리특위를 상설위원회로 전환하거나,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는 별도의 독립적 심사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4/뉴스1 ⓒ News1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4/뉴스1 ⓒ News1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의회는 구성원 간에 차별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범 법규를 시행하고 있으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고, 조사, 제재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1995년 의회책임법(CAA)을 제정하고 의회직장권리보호실(OCWR)을 설치했다.의회책임법은 오랫동안 민간부문과 행정부 공무원에게만 적용해 왔던 노동·인권·안전·차별금지 관련 노동 및 고용 관련 연방법을 의회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OCWR은 ‘의회책임법’에 따라 의회 직원들의 권리보호· 법 위반사항에 대한 신고접수와 분쟁조정·직장 내 안전 보장 등을 담당하는 독립 조직이다.

영국 의회는 2018년에 모든 의회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의회행동강령’(Behaviour Code)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신고하고 조사하는 독립적 고충신고(ICGS) 기구를 신설했다.

#국회#보좌진#갑질#직장 내 괴롭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