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세훈 ‘종묘 앞 고층빌딩’ 반발 “대권 놀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1일 17시 43분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뉴시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뉴시스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서울을 훼손하는 행태를 지금 당장 멈추라”고 11일 촉구했다.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현희 손명수 서영교 박주민 김영배 박홍근 의원과 배우 이원종, 이기영 등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각각 98.7m, 141.9m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 계획을 고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종묘의 앞마당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유네스코는 이미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에 고층 건물 허가 금지라는 것을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도시마다 그리고 도시의 지역마다 맥락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가치가 있다”며 “개발을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이 고려돼야 하고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은 시장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며 “독단적이고 일방적 훼손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

손명수 의원은 “재개발은 필요하지만 북촌이나 종묘 같은 문화유산은 보존이 생명이고 경쟁력”이라며 “콘크리트 수직을 덧대어 유네스코가 인정해준 수평의 장중함을 훼손하지 마라. 그런 콘크리트 고층 건물은 종묘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세계는 모두 다 역사 문화 유적지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앞다투고 있는데 자신의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서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종묘 앞 초고층 개발계획이 ‘선거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뉴시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11. 뉴시스
김영배 의원은 “도시 계획은 철학을 반영한 것인데 지금 오세훈 시장이 갑작스럽게 들고 나온 종묘 앞 초고층 개발 계획은 선거용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도시 철학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이라며 “업자만 배를 불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약자와의 동행을 말씀하시는데 업자와의 동행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고, 도시를 선거용 치적으로 뒤덮겠다는 선언에 다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께서 떡 주무르듯이 도시를 주무를 생각을 하신다면 당장 시민들에게 해고당하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경고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논란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방식으로 지금 이 선거용 치적 쌓기 그리고 어찌 보면 명태균 게이트의 화살을 피해가려고 하는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사실은 아무런 철학도 비전도 없고 백그라운드가 되는 세계적 추세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그냥 높이 올라가는데 뭐가 문제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며 “제가 볼 때 너무 급조됐을 뿐만 아니고 아주 의도적이면서 그리고 아주 나쁜 업자와의 동행의 전형적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는 그렇게 본다”며 “당장 철회해야 된다”고 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K관광 부흥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했었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남산부터 종묘까지 쭉 뻗은 녹지축이 생기면 흉물스러운 세운상가가 종묘를 가로막을 일이 없다”며 “종묘를 가로막는 고층빌딩숲이라는 주장 또한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대화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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