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멘토’ 날린 부동산… 野 “집값 폭등 ‘문재인 시즌2’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5일 19시 11분


이상경 등 정부여당 인사 부동산 논란
10·15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
여론조사 ‘부동산’ 부정 평가가 긍정 앞서
文정부 당시 서울 아파트값 2배로 뛰어
野 “부동산 폭등 망령 어른, 文시즌2 우려”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차관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갭투자 의혹이 제기됐다. 2025.10.23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차관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갭투자 의혹이 제기됐다. 2025.10.23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정부여당 인사들은 갭투자, 강남 고가 아파트 보유 등 논란에 휩싸였고,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멘토’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결국 물러났다.

특히 규제에 묶인 서울 등 수도권 민심이 동요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야당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서울 추방령”이라며 연일 맹폭 중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로 실책을 범한 전례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논란에 휩싸인 정부여당 인사들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이다.
특히 이 차관은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의 발언과 갭투자 논란이 일파만파 퍼진 끝에 이 대통령이 25일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심의 동요가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21~2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적절하지 않다’(44%)는 부정 평가가 ‘적절하다’(37%)는 긍정 평가를 7%포인트 앞섰다. 서울에서는 부정 평가가 4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체로 여당 지지율이 야당을 앞서는 것을 감안하면 여권 지지자 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영향이 우려되자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고심인 분위기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나 폐지도 검토하는 중이다. 재초환이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8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실제로 부과된 사례는 없지만 시행될 경우 사업성을 떨어뜨려 재건축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당초 인상이 예상됐던 보유세 논의는 반발이 심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성동구와 광진구 등 한강벨트 인근 아파트 대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0.02%→0.03%)과 수도권(0.04%→0.07%)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 광진구 등 ‘한강벨트’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서도 재건축 등 개발 호재가 가시화된 분당, 광명, 과천 위주로 상승했다. 뉴시스
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성동구와 광진구 등 한강벨트 인근 아파트 대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0.02%→0.03%)과 수도권(0.04%→0.07%)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 광진구 등 ‘한강벨트’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서도 재건축 등 개발 호재가 가시화된 분당, 광명, 과천 위주로 상승했다. 뉴시스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은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특히 노무현 문재인 등 진보 성향 정부에서 집값 급등이 여론 악화와 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당시 정부는 2017~2022년 5년 임기 동안 총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017년 8·2 대책(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양도소득세 강화), 2018년 9·13 대책(종합부동산세 강화), 2019년 12·16 대책(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2020년 6·17 대책(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에는 공시지가를 대폭 인상해 세부담이 늘어났다.

문제는 대책 시행마다 집값은 잠깐 잡히는 듯 했다가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이 정부의 잦은 규제에 내성이 생긴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규제는 발표되는데 공급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에는 이른바 ‘임대차 3법’ 이후 전세난이 심화됐고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로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약 6억 원 선이었는데 정부 후반기인 2022년에는 12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가파른 집값 급등이 노무현 정부를 답습한 모양새라 ‘노무현 시즌2’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서도 이와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당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공급이 없는데 수요를 때려잡는 ‘묻지마 규제’로 집값을 못 잡는다. 외국인만 특혜 보고 국민은 차별받는 정책으로 주거안정을 절대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부동산 폭등 망령이 어른 거린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의 끝을 알고 있다. 바로 문재인 정권 시즌2이자, 집값 폭등 시즌2”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정부 정책이 아직 효과를 못 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38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성동 강동 광진 등 일명 ‘한강벨트’와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 규제로 묶인 지역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우려가 커지자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부동산 대책이 “문재인 정권 시즌2”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때와 다르다. 그때는 (규제) 지역을 정할 때 따라가면서 지정하다 보니 계속 풍선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차단해서 광범위하게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집값#여당#야당#10·15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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