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대통령실 원탁서 ‘단전·단수 쪽지’ 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1일 11시 28분


“尹에 지시받지도, 내가 지시하지도 않아
국무회의때 尹 만류해야 한다는 분위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2.11/뉴스1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11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에게는 소방청장과 경찰청장을 지시하거나 지휘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비상계엄 관련해서도 “사전에 조치 또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원탁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다”며 “쪽지 중에는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 쪽지가 어떤 맥락에서 작성되고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전·단수를 소방이 할 경우에 국민에게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후) 각종 시위나 충돌이 없는지 그런 상황이 전반적으로 궁금해서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 차례로 전화했다”며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면서 그 쪽지가 생각나고 걱정돼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국민의 안전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 보도되는것처럼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검찰 공소장을 토대로 비상계엄 관련 윤 대통령의 쪽지를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고, 이에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고 적혀있다.

그는 “만약 대통령께서 저에게 어떤 지시를 했다면 비상계엄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소방청장에게 전달하지, 대통령의 지시를 무려 2시간 넘게 뭉개고 있다가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는 기회에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문건을) 주면 줬지, (공소장 표현처럼) 보여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한편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관련해서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다만 그게 회의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찬성이니, 반대니 (얘기는) 안 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거치게 돼 있네요’ 라고 누가 얘기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두세번 집무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무위원 11명이 모인 뒤 윤 대통령이 정장을 갖춘 후 다시 들어왔고 저희들이 대통령을 만류하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의 영향과 정무적 부담을 다 안다. 신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위기감, 책임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면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추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상당히 걱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작성 책임자인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선포 이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더이상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당일 오후 8시 40분경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길지 않을 것이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했냐”고 묻자 “그렇다. 표현상 차이인데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탄핵심판#헌재#변론기일#이상민#비상계엄#국무회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