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겸허히 수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상실됐다”며 “이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국민이 심리적 내전 상태인데 정치가 극단적인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 실질적인 내전 상태로 갈 수도 있다”며 “정치 보복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일부에서 ‘내란 세력도 사면할 것이냐’는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그것은 부(不)정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공정 성장’과 ‘탈이념 실용주의’도 강조했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성장론’을 제시한 것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선언 같은 기자회견”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개헌에 선 그은 李 “대통령 책무는 통합”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11번 언급하며 경제성장 필요성과 실용주의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이틀 연속 인용했다.
이 대표는 경제위기 극복 해법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인공지능(AI)·바이오 산업 투자 등 신성장동력 창출, 비정상적 지배 경영구조 혁신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은 ‘성장’이라는 선결 과제를 해소해야 ‘분배’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보통 ‘우파’ 논리로 보일 수 있는데, ‘탈이념’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견 질의응답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무는 통합과 포용”이라며 “우리 사회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정치 보복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그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 대표는 “(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며 “그런 것까지 어떻게 (사면하겠느냐). 그건 부정의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에 대해선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개헌 내용에 대해선 지난 대선 때 입장을 설명한 게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여야 합의로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 지지율 하락에 “겸허히 수용”… 기본사회 공약 재검토
이 대표는 ‘여전히 기본소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정책은 ‘어떤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너무 많이 부서지고 어려워졌다.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 뜻으로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항의하고 저항하는 야당, 소위 약자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강자가 제거된 일종의 갑 위치,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보고, 국민께서 민주당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낮은 자세로 우리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책 방향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한 것에 대해선 “(당내) 다양한 목소리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의 당 상황을) 일극 체제라고 할지,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선 행보를 묻는 말엔 “지금은 내란 사태 극복에 중점을 둬야 할 시기”라며 답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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