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히 잠드소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74년 만에 ‘영면’

  • 뉴스1
  • 입력 2024년 4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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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이념대립 속에서 무참히 희생된 전북자치도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이 74년 만에 안식처를 찾았다.

30일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안치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전주형무소 민간인희생자 유족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안치식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 제례, 유해와 유품 안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안치된 민간인 희생자는 120개체다. 모두 3차 발굴에서 찾은 유해다. 확인된 유해 대부분은 남성으로 확인됐으며, 연령은 25~35세의 청년층으로 조사됐다. 중년 이상의 2구의 여성 유해도 확인됐다.

유해와 함께 안경과 단추, 신발 등으로, 당시 학살된 희생자가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 344건도 안치됐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전주대 박물관과 함께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발굴사업을 해왔다.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은 1950년 6~7월 인민군이 전주에 진입하기 직전 전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수형자 1400여명이 효자동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개재 등에서 집단으로 학살돼 매장된 사건을 말한다.

시는 지난 2020년 7월, 1차 조사에서 발굴된 두개골과 치아, 다리뼈 일부 등 유해 237점과 M1소총과 권총의 탄피, 벨트 등 유품 129점을 안치한 바 있다. 당시 감식 및 보존처리를 통해 확인된 유해는 최소 34구였다.

지난 2021년 5월에는 2차 조사에서 발굴된 44구의 유해와 유류품 84건을 안치한 바 있다.

성홍제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은 이날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의 유해 발굴은 우리 역사에 대한 치유와 사회통합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조사를 통해 명예 회복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해 발굴 조사단을 이끌어온 박현수 전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지난 5년여 동안 아픈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 전주시의 협조로 조사가 이루어져서 감사하다”면서 “추후 다양한 방법의 추모행사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규성 전주시 자치행정과장은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후대의 마땅한 책무”라면서 “국가 차원의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며, 유해 발굴 과정에 참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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