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상당히 조용’했다…‘긴장’ 정세 속 내치가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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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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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인민군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인민군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각종 ‘핵전략 무력’을 선보이면서도 경제 발전 등 내치에 집중하는 ‘흔적’도 포착됐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돌(건군절)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2월8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부인인 리설주 여사 및 딸 김주애와 열병식에 참석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육성 연설을 하진 않았다. 가족들을 주로 챙기며 열병식을 관람하고 주민들의 환호에 적극 화답하는 등 ‘경축’ 분위기는 성의 있게 연출하면서도, 한미를 향한 어떤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건군절을 계기로 한 열병식은 북한이 지난해 말 경제에 집중했던 ‘연말 전원회의’를 끝낸 뒤 처음으로 대외 메시지를 낼 계기로 여겨져 왔다.

김 총비서가 지난달 1일 이후로 1월 한 달 간 두문불출하는 와중에 바깥에서는 북한이 ‘2월 열병식’ 준비를 하는 동향이 확인됐고, 이에 그가 열병식이라는 대대적인 군 행사를 계기로 또 한번의 대남·대미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김 총비서는 집권 이래 이번을 제외하고 총 12차례 열병식을 진행했고 이 중 5번만 직접 연설했다는 점에서 ‘연설 생략’ 자체를 이례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김 총비서는 이번 열병식을 대외 메시지 발신 보다는 ‘내치’에 활용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7~8일 연이틀 건군절을 계기로 한 기념행사를 열었는데, 김 총비서는 이틀 행사에 모두 자신의 가족을 대동했다. 특히 둘째 딸로 추정되는 김주애가 연이틀 등장했는데, 이는 김주애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최고지도자가 가족을 동원해 내부 결속과 경축에 방점을 찍는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한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광장에 군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광장에 군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노동신문이 열병식에 참석한 간부들을 호명하는 순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문은 김덕훈 내각총리를 가장 먼저 언급했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리병철이 그 뒤를 이었다. 김 내각총리는 주석단에서도 김 총비서 바로 옆에 자리했다.

군의 열병식인데도 김 내각총리가 부각된 풍경은 ‘핵무력 사용’까지 언급하는 등 매우 ‘호전적’이었던 작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기념 열병식과는 사뭇 다르다.

김 총비서가 처음으로 ‘군복’인 원수복을 입고 공개석상에 나오고, 그의 양 옆으로 박정천 당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이 섰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북한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경제 문제 해결과 내부 결속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의 열병식은 바깥에 자신들의 무력 체계를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 결집을 도모하는 수단이 되는데, 이번에는 결속에 더 방점이 찍힌 콘셉트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는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오는 16일 광명성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달 하순에 역시 ‘먹고사는 문제’인 농업 문제만을 다루는 당 전원회의도 예고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모습이 북한의 대외 기조에 변화가 있다는 평가로 직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는 열병식을 이틀 앞두고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전쟁 준비태세를 보다 엄격히 완비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군의 ‘작전전투훈련’도 확대강화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한미를 겨냥한 무력도발의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공화국 전체 무장력이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 앞에 지닌 성스러운 사명과 중임을 깊이 명심하고 사회주의 위업 완성을 위한 장엄한 여정에서 우리 인민이 전취한 역사적 승리들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당부하며 국방력 강화 기조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아울러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만일 적대세력들이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조국을 감히 넘보려든다면 가공할 공격력, 상상할 수 없는 초강력 타격으로 도발의 본거지들을 초토화해버리려는 것이 우리 인민군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는 호전적 메시지를 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고체연료를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활용 엔진의 시험을 공개한 뒤 불과 두 달여만에 미사일을 공개한 셈이다.

또 북한은 올해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호전적 메시지 여부와 무관한 군사력 강화 행보, 이를 통한 ‘강 대 강, 대적투쟁’의 대외 기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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