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파란 물결’ 반격…국면 전환 가능할까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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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출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출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규탄과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횡포와 만행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원내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정 폭정에 대해서 보다 공세적으로 따지고 싸울 것”이라며 “원내 병행 투쟁을 벌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민주주의의 파란 물결, 동참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이번 주말 규탄대회를 계기로 ‘장외투쟁’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당 차원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지난달 10일 검찰 조사를 받은 지 18일 만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에도 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겪는 고통이나 사회가 과거로 퇴보하면서 받게 되는 엄청난 피해에 비한다면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의 고통에 비교하겠느냐”며 “그렇게 간절하게 저를 재차 소환하고 싶어 하니 또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한 것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에 출석해 성실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의 성격으로 자신을 기소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당 차원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특검(특별검사)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특검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회의도 공개로 진행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의 공판 검사가 우리기술 주가조작에 김 여사 모녀가 가담했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며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은 도대체 언제 수사할 것이냐”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치검찰은 낯부끄러운 권력의 종복일 뿐”이라며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이라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당 지도부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민과 유족의 뜻에 따라 온갖 논란의 주역이자 재난관리 책임 부처의 수장인 이 장관이 정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헌법에 따라 대통령께 국회 의결로 해임을 건의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경찰 수사도 국정조사도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도 끝났는데 동문 후배이자 측근 실제 장관의 문책을 끝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민주당은 입법부를 대표해서 다수 국민의 준엄한 명령과 유가족과 생존자의 절실한 바람대로 이 장관 문책에 부득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헌법과 국회법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탄핵소추를 포함한 이 장관의 문책 방안을 놓고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에서 대여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탄핵소추 추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1일 이 장관 파면과 김 여사 특검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토론을 진행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토론을 진행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난방비 폭등 사태 등 민생 현안에 대에서도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다. 다수당으로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원내 활동도 강화하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것이다. 국회는 2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에 돌입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난방비 폭탄에 국민 분노가 폭발 지경이다. 지금은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민생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며 “이 대표가 제안한 국민 80% 대상의 7.2조 원 규모의 에너지물가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위기 긴급 추경 편성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대여 투쟁 강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당내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잠재우며 단일대오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민주당은 이번 주말 장외투쟁을 통해 검찰 조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며 정치 탄압을 당하고 있다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자신의 떳떳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탄압받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이미지를 굳히면서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소집한 1월 임시국회와 관련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국회’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권 안팎에선 다수 의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대여 투쟁을 지속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발목만 잡으려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장외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검찰의 압박이 최고조로 달해가는 상황에서 맞불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장외투쟁이 굉장히 위험할 수가 있다”며 “국민은 결국 민주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또 방탄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결국 방탄 이미지가 더 강해지고 국민이나 중도층으로부터 유리될 것”이라며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도 장외투쟁과 관련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서울 도심에서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한다. 세 과시를 위해 전국 당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렸고, 파란 옷을 입고 나오라고 드레스코드까지 하달했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1인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작정이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토요일에 민주당 장외집회를 보면서 국민은 아마 ‘이적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 이재명의 적은 과거의 이재명”이라며 “국민은 민주당이 생각하는 법치주의는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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