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이란 대사 ‘맞초치’…“이란 문제 제기, 사실과 전혀 달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19일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한 시간여 면담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발언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는 전날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가 이란 정부의 초치 요청에 따라 테헤란에서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핵확산금지조약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이란 정부의 문제 제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대변인은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했다.

조 차관의 설명에 대해 샤베스타리 대사는 본국 정부에 충실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면담에서 동결자산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 입장은 동결된 자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에 계속적 노력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건 정부의 노력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 대이란 제재와 맞물려 있어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상호 대사 초치라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선 “외교적 조치에 있어 특별히 정해진 관행은 없다”면서도 “다만 필요에 따라 우리 정부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이란 측에 전달하기 위해서 차관이 대사를 초치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우방국 간에도 대사를 초치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고, 이란 측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어 보다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당국자는 “현재 이란 정부 뿐만 아니라 주한이란대사관과 외교부 본부, 테헤란에 있는 대사관 사이에서 소통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전달 과정에서 시차가 있고, 전달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이란 법무 담당 외무차관이 윤 대사를 카운터파트로 맞아 면담한 데 대해 ‘이란이 법률적 성격을 가진 핵확산금지조약 등을 해결하고자 대사 초치를 이용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나자피 이란 외무차관은 18일(현지시간) 윤강현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한 것을 거론하고, 한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란은 한국과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건 핵확산금지조약(NPT)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