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여권 “바이든 아니라 ‘날리믄’이라 했다” 野 “국민 청력 시험하나”

입력 2022-09-24 03:00업데이트 2022-09-24 09:2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尹 ‘이 ××들’ 발언 진실 공방 윤석열 대통령이 ‘이 ××들’이라고 지칭한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였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2라운드’ 진실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짓말은 막말 외교 참사보다 용서할 수 없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고, 국민의힘은 “한미혈맹마저 이간질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12월까지 예정된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에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국민 청력 시험하나”
전날까지 말을 아끼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참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씀드리겠나”라며 “국민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실이 무려 15시간 만에 내놓은 것은 진실과 사과의 고백이 아닌 ‘거짓 해명’”이라며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국민 청력을 시험한다는 질타가 온라인상에 가득하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이 ××’ 대상이 분명 미국 의회이고 거짓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

대통령실이 야당 의원 169명을 ‘이 ××’로 만들었다는 성토도 터져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두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 169명 국회의원이 정녕 ××들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선우 의원은 “이 ××들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설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면, 윤 대통령을 저 ××라고 해도 좋나”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라인과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한 경질을 재차 요구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소집도 요청했다. ‘외교 참사’를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대통령실 “MBC 발언 전후 영상 공개해야”
대통령실은 당시 현장 상황과 대화 맥락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발언에 ‘바이든’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외교부 등 현장 동석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 정치 여건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와중에 나왔다. 이에 옆에 있던 박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우리 국회를) 잘 설득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

박 장관은 이날 “영상에 나온 발언은 회의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황급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말로 하신 것으로 미국과는 상관없는 발언”이라고 외교부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답으로) 내용을 잘 설명해서 예산이 통과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가 윤 대통령 발언 전후 영상을 공개하면 당시 대화 맥락이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 발언이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주장도 나왔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음성을 연구하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음성”이라며 주변음을 없앤 윤 대통령 음성이라는 파일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22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은 당시 재정공약회의에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펀드의 2023∼2025년 사업에 1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한 언급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 발언 15시간가량이 지나서야 김 홍보수석이 공식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등 긴박한 일정 속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대응 기조를 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 바이든? 날리믄?… 성문 분석 결과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자문위원 5명이 모여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을 분석한 결과,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복수의 민간 전문가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 문제의 음절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면’을 ‘∼하믄’이라고 발음하는 서울 지역 특유의 언어 습관이 서울 출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바이든’과 ‘날리믄’은 단어별 음절구성이 ‘ㅏ, ㅣ, ㄴ’으로 동일해 선입견을 가지고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