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박순애 사퇴… 尹정부 장관 첫 낙마

입력 2022-08-09 03:00업데이트 2022-08-09 08:0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尹 “국민 관점서 문제 재점검”
업무복귀하며 ‘국정쇄신’ 예고
朴, 8시간뒤 자진사퇴 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국정 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거 아니겠나. 국민들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첫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것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침으로 논란을 빚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지지율 하락세 속에 박 부총리의 경질 등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의 관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고, 그렇게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학제 개편안으로 혼선을 빚으며 학부모와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박 부총리의 사실상 경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국정 쇄신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국민들께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며 국민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분 30초 남짓한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민’을 7차례 언급했다.

박 부총리는 이로부터 8시간여 뒤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제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에도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출석을 준비했지만 윤 대통령의 뜻을 읽고는 결국 사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34일 만으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중 첫 사임이다.

박순애, 취임 34일 만에 사퇴… ‘만5세 입학’ 등 정책혼선 책임


윤석열 정부 장관 첫 낙마
민감한 교육정책 조율없이 발표… ‘외고 폐지’도 역풍에 말 바꾸기
정책 실패로 조기 사퇴는 처음… 교육계 “비전문가 기용이 발단”
만5세 입학-외고 폐지 백지화 수순… 교육부 국회 보고 자료서도 빠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조기 사퇴에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론 수렴 없이 발표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 부총리가 2일 “국민이 반대하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며 물러섰지만 ‘외국어고 폐지’를 두고도 교육부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자 학부모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커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약 두 달이 지나서야 취임한 박 부총리가 취임 34일 만에 사퇴하면서 교육부는 수장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검증 과정에서 물러난 김인철 후보자에 이어 박 부총리까지 낙마하면서 도덕성과 자질 논란에서 자유로운 새 후보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 초 교육개혁 추진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정책 혼선에 불명예 퇴진
고개숙인 교육 수장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중 첫 퇴진이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갑작스레 학제 개편안을 내놓은 뒤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취임 34일 만에 사퇴한 박 부총리는 역대 4번째로 짧은 임기를 기록한 교육 부처 수장으로 남게 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 부총리는 사퇴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8일 오전에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해 9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를 준비했다. 이날 내내 사퇴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던 교육부는 오후 4시경 기자들에게 “내일 국회에 예정대로 출석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국회에 출석해 학제 개편안 논란에 대해 소명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불과 30분 뒤 교육부는 “박 부총리가 오후 5시 30분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한다”고 공지했다. 이달 3일 2학기 학사운영 방안 브리핑 이후 5일 만에 언론 앞에 선 박 부총리는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제게 있다”는 내용의 짧은 사퇴문을 읽고 자리를 떠났다.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박 부총리는 지명 직후부터 도덕성과 자질 논란에 시달렸다. 만취 음주운전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으로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아 검증 기회도 부족했다.

논란 속에 취임한 박 부총리의 사퇴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대통령 업무보고였다. 박 부총리는 ‘취학연령 하향’과 ‘외고 폐지’라는 민감한 주제를 아무런 예고나 사전 조율 없이 발표했다.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은 정부 국정과제에도 없던 ‘폭탄 발언’으로 번졌고, 외고 폐지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고교 다양화를 약속한 것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샀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선 박 부총리의 낙마가 예견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선 캠프 사람들끼리 논공행상을 하느라 비전문가를 앉힌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 장관도 경제나 외교 등 다른 부처처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 백지화될 듯
크게보기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뒤 승강기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학제 개편안과 외고 폐지안은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9일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사전 제출한 자료에도 해당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교육부는 “보고 내용을 압축하면서 내용이 생략됐다. 공론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교육계에선 장관이 정책 혼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공론화 진행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이날 사퇴로 역대 4번째 단명(短命) 교육부 장관이 됐다. 조기 사퇴한 교육 수장 중 정책 실패로 인한 사퇴는 박 부총리가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장남의 이중 국적 논란 등으로 취임 2일 만에 사퇴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논문 표절 논란에 취임 12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18일 만에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 송자 전 문교부 장관은 은행 사외이사 겸임 등의 논란으로 23일 만에 퇴진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