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정진석 극한 갈등에…與내부 “선거 압승 훈풍 사라질라” 위기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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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 정진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 정진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긴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와 당내 최다선(選) 의원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이 우크라이나 방문에 나선 이준석 대표를 향한 공세의 포문을 열자 이 대표는 9일 귀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정 의원을 향한 거센 비판을 내놓았다. 격화된 갈등에 당 지도부가 나서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집권 여당이 되자마자 차기 권력을 둘러싼 난타전이 시작됐다”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당 대표를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서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까지 드렸으면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는 다 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1월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을 놓고 내홍을 겪었을 때 정 의원이 중진 의원 모임에서 이 대표를 향해 “비상식적”이라고 성토했던 것을 지적한 것. 취임 1주년을 앞둔 이 대표는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냐”라고도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정 의원을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청양과 부여 군수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명분이 부족한 충고는 더 이상 충고가 아닌 당 지도부 흔들기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의 주축 인사들이 ‘육모방망이’(이 대표), ‘싸가지’(정 의원)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충돌하자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중진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맏형 격인 정 의원이 갈등의 전면에 나서면서 선거 압승의 훈풍이 빠르게 증발해버릴 위기”라고 우려했다.

결국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혁신을 둘러싼 논의가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정 의원에게, 김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연락하는 등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정 의원도 이날은 맞대응 대신 “정부 여당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윤리위원회가 계속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윤 의원들이 15일 당내 의원모임을 발족시키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세력화에 나서는 것도 변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에서 직접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 이상, 당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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