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왕이 국민지배” “국민재산 약탈”…독해지는 말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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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시내 도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2.2.15/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시내 도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2.2.15/뉴스1
“손에 ‘왕(王)’자를 새긴 검찰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지, 점쳐서 갈 길 정하는 나라가 될지 생각해 달라.”(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전남 목포)

“(민주당은) 백성들의, 국민들의 피 같은 재산을 약탈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경북 상주)

거대 양당 후보들의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서로를 향한 독설 수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원색적 비난이 오가는 가운데 정책 경쟁은 실종된 ‘막말 대선’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 李 “부동시가 치는 당구 200알”

이 후보는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 직후 윤 후보가 검찰 출신인 점을 겨냥해 ‘검찰공화국’에 대한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18일 전남 순천 유세에서 “이제 검찰 왕국이 열리고 있다”며 “왕으로서 검사들이 국민을 지배하는 시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윤 후보를 둘러싼 ‘주술 논란’과 ‘신천지 지원 의혹’에도 화력을 집중했다. 그는 목포 유세에서 신천지 지원 의혹을 겨냥해 “(종교집단이) 조직해서 경선에 개입하고 장난쳐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촛불혁명 이전에 다 망가진, 주술사도 아니지만 비선실세에 의해서 국정이 농단되던 그 비정상 상태를 우리가 극복했다”고도 했다.

윤 후보의 병역 면제 사유인 부동시(不同視)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순천 연설에서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언급하며 “부동시가 치는 당구 200알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열린 TV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RE100의 의미를 몰라 이 후보에게 되물은 점을 꼬집은 것.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전날 “어떻게 왼쪽, 오른쪽 눈의 시력 차가 0.7이 되는데 당구 500을 칠 수가 있는지 그 비법을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윤 후보의 병역 면제를 공격했다.

● 野 “기생충, 소고기 도둑”


윤 후보도 전날에 이어 거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경북 김천역 앞 유세에서 “대장동의 썩은 냄새가 김천까지 진동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 후보를 겨냥해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낸 민주당은 도대체 이게 정당 맞느냐. 당명에서 ‘민주’ 자를 떼내야 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전날도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건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경기 안성), “(민주당을) 그냥 놔두면 이 당이 암에 걸려서 헤어 나올 수 없다”(경기 용인) 등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도 독설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는 18일 대구 북구에서 “이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하면서 그렇게 소고기 도둑 했는데 만약에 나랏일 더 크게 맡기면 대한민국 나라 곳간 거덜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KBS라디오에서 “(이 후보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깐 옆집에 기생충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더해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후보 옆집에 직원 합숙용 전셋집을 마련해 사용한 논란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 與野 현수막 훼손도 이어져


여야의 감정 대립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불에 타거나 찢어지는 사건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7일 서울 강북구에서는 거리에 걸려있던 이 후보의 현수막을 50대 남성이 라이터 불로 태우는 일이 발생했다. 16일 경남 김해시에서는 이 후보의 현수막이 사라졌고 전북 완주군과 경북 구미시에서도 윤 후보 현수막이 날카로운 물건에 찢겨진 채 발견됐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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