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용무에 공무원 동원’ 논란 김혜경 “저의 불찰”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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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 명절인 1일 오전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경북 안동김씨 화수회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2022.2.1/뉴스1 © News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 명절인 1일 오전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경북 안동김씨 화수회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2022.2.1/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경기도청 공무원이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 용무에 동원됐다는 논란에 김 씨는 3일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는 2일 동아일보에 자신이 부인 김 씨와 이 후보 가족의 사적인 용무를 맡아 처리했으며, 김 씨가 자신의 약을 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김 씨의 사과 이후에도 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이 후보 가족을 위한 식료품을 구입했다고 주장을 내놨다.
● A 씨 “법인카드로 먹거리 사 배달”
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일할 때 당시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 배모 씨 지시를 받고 이 후보 가족과 김 씨에 대한 사적 활동 의전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청에 이어 경기도청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A 씨 측에 따르면 지난해 4월 A 씨는 배 씨 지시를 받아 자신의 카드로 구매한 소고기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이 후보의 자택에 전달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결제를 취소한 후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A 씨 측은 “도정 업무에 쓰인 것처럼 시간을 맞춰 경기도 법인카드로 바꿔 다시 결제한 것”이라며 “김 씨 측에 소고기와 식사 등을 포함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카드를 바꿔 결제한 사례가 열 번이 넘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지사 공관이 아니라 자택에 전달된 것을 두고 “경기도민의 혈세가 김 씨의 소고기 안심과 회덮밥 심부름에 이용됐다”며 “명백한 국고손실죄”라고 비판했다.
● A 씨 “김 씨 약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김 씨가 자신의 약을 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A 씨가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배 씨가 “사모님 약 알아봐주세요”라고 하자 A 씨는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약 사진을 배 씨에게 보냈다. A 씨가 이 후보 자택 앞에 세탁물과 종이봉투를 뒀다고 보고하자, 배 씨는 “사모님 약 넣으신 거 맞지요?”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김 씨가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에 방문하기 전 배 씨가 A 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진표를 작성하면 출입증을 줄 것”이라며 문진표를 대신 작성해 김 씨의 출입허가증을 받도록 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원내 방역을 위해 문진표를 작성한 방문객에게만 출입허가증을 내줬다. A 씨는 같은 달 김 씨 대신 모두 네 차례 문진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씨의 병원 진료비 수납과 약 수령도 대신 했다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또 다른 종합병원에서 자신이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을 대신 하고 복약지도서 등을 챙겼다고도 주장했다. A 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장남 병원 서류에 적힌 보호자 김 씨 이름 옆에는 배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A 씨에 따르면 A 씨는 김 씨가 자주 찾는다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자택에 가져다주는 과정을 배 씨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A 씨가 공개한 자료 중에는 김 씨가 탄 차량 앞을 A 씨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배 씨가 “충성심이 없다”고 질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 김 씨 “저의 불찰” 사과…배 씨 “내가 복용하려 약 구한 것”
이 후보 부인 김 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건 아니다”며 “있어서는 안될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A 씨에 대해서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했다.

배 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A 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리 처방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리 처방에 대한 해명에 대해 A 씨 측은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며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과잉 충성이 아니고 명백한 불법”이라며 공세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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