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유언 “북녘 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가족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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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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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19년 3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북녘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다”며 “4년 전(2017년) 발간한 회고록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는 문구가 있다.

민 전 비서관은 봉안 절차에 대해 “‘전방 고지’ 장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장례일정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장례일정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형사소송법에도 죄를 물으려면 시간·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물으라고 돼 있는데, 그냥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건 옛날 원님이 사람 붙잡아 놓고 ‘네 죄를 네가 알 터이니 이실직고하라’는 것 아니냐”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지휘하고 발포 명령한 것 아니냐, 사죄하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유가족에 대한 사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33년 전 백담사 갔을 때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연희동에 돌아온 뒤 사찰에 가서 백일기도도 했는데 이 이상 더 어떻게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민 전 비서관은 “발포 명령이라는 건 없었다.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면서 “사죄의 뜻을 밝힌 건 대통령이 된 후 광주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충분히 못 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는 말을 한 것이지 발포 명령했다고 사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 골수종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8시 45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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