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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귀국하는 북한 외교관들, 4개월 감금된다 [주성하의 北카페]

입력 2021-11-07 09:00업데이트 2021-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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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내걸며 북중 국경을 폐쇄한 이후, 과거엔 매일 수십~수백 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던 중국 단둥세관도 한적한 모습이다. 동아일보DB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며 빗장을 닫았던 국경을 다시 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북한이 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국경 물자 교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준비는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통일부는 구체적 재개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열차 운행이 11월 중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어느 시점에 중국에서 열차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면적인 국경 개방은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또 작년 10월부터 북중 교역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동안 몰래 밀무역으로 필요한 물품들은 들여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연말, 연초에 열차로 조금 더 많이 물자를 들여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차가 몇 편이나 오갈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물자가 오가기는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북한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방역 지침에 따르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물자는 메틸알코올로 소독을 한 뒤 자외선 소독기를 거쳐 80도 이상 유지하는 고온 창고에서 48시간 보관하고 다시 야외 야적장에 보름동안 보관하게 돼 있습니다.

절차뿐만 아니라 소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차량 한 대를 소독하는 데 메틸알코올 140㎏을 쓴다고 합니다. 10대만 소독해도 메틸알코올 1400㎏이 드는데, 매일 이 정도의 메틸알코올을 보장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80도 이상 고온을 유지하는 거대한 세관 창고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석탄을 때야 하는데 이렇게 소모되는 석탄도 엄청납니다. 북한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이런 식의 방역 규정을 유지하는 한 열차로 들여오는 대량의 물자를 소독할 방법이 없습니다. 소독약도, 소독공간도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태도가 당장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4일 북한 노동신문은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눈으로 코로나가 전염된다는 것은 어디서 본 사례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1년 동안 북한은 “남조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은 괴뢰들의 독수리가 날아왔다”며 북새통을 피우기도 했고, 생선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며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이런 북한이 북중 국경을 전면 개방할 수 있을까요. 다만 최근 꽁꽁 닫았던 빗장을 약간 열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막혀 있던 인적 왕래는 수십~수백 명 규모에서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전에 필요한 인원만 교환한 뒤 다시 국경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인적왕래가 시급한 대표적인 사례가 북중 간 대사 교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주재 북한 대사였던 지재룡은 2월에 임기가 만료가 됐지만 아직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 인원이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3월 대사급 외교관계를 끊고 철수했던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들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베이징에 머물고 있습니다.

북한 주재 리진쥔(李進軍) 중국 대사의 사정은 더 급합니다. 그는 원래 지난해 3월 경 임기가 마무리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북한이 신임 중국 대사를 받기 거절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평양에 계속 머물게 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특별기를 편성해 순안공항에 신임 대사만 내려놓고 오겠다고 했음에도 북한은 외국에서 사람을 받지 못한다며 거절했습니다. 리 대사는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품도 물자도 풍족하지 못한 북한에서 생애 최악의 고난을 겪고 있지만, 우방국 대사관을 비워둘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중 국경이 열리면 사실상 인질처럼 살고 있던 지 전 대사나 리 전 대사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전임 대사를 따라 말레이시아 철수 인원 등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도 일부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어느 직급까지 귀국을 허용해 줄지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귀국 날짜를 기다리던 외무성 소속 일부 외교관들은 열흘 내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귀국 시점은 11월 중순으로 정해졌고, 정기적으로 귀국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즉 이번에 한 무리가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언제 뒤따라 들어갈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귀국 명령이 급작스럽게 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번에는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외교관들은 중국에서 물품을 구입해 컨테이너에 싣느라 분주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돈을 갖고 돌아가면 빼앗기기 쉽지만 물건을 가지고 가면 보다 지키기 안전합니다. 또 오랜 코로나 봉쇄로 북한 내부에서 수입 물자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고, 반면 무역이 이뤄지지 않아 달러나 위안화 환율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에 외화를 그대로 갖고 가기 보단 물품을 구매해 들여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입니다.

이번에 귀국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부럽게 지켜봐야 합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대다수 외교관이나 무역일꾼은 비자 기간이 만료돼 현지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통제된 공간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귀국할 때 가져가려고 벌어놓았던 돈을 소비하고만 있는 실정이어서 불만이 큽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람들도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돌아가는 사람들은 4개월이라는 코로나 격리 및 당 검토(검열)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신의주에 있는 12개 여관과 숙소가 이번에 귀국하는 사람들을 격리 및 검토하는 임시 거처지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북한은 해외입국자는 45일간 자가 격리 기간을 거치게 합니다. 격리가 풀리면 당 검토 및 보위성 검열이 시작됩니다. 해외에 머무는 동안 잘못한 것이 없는지, 관계를 가지지 말아야 할 인물과 접촉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45일 격리가 지나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조사를 받고, 조사를 받지 않을 때엔 저녁까지 당 정책 학습을 하면서 75일을 더 감금된 상태로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조사는 먼저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기간 자신의 모든 생활 과정을 자세하게 써내고, 이에 기초해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지 엄격한 확인 과정을 거칩니다. 해외 체류하는 동안 이들을 감시해온 당 간부 및 보위성 파견원의 보고서와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면 조사 기간은 훨씬 길어지게 됩니다.

요즘 북한 보위성은 “죄가 없으면 죄를 만들라”는 신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생활을 몇 년 동안 했다면 보위성 검열에서 안전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검열도 결국 엄중한 정치적 범죄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당에서 용서해 줄 테니 이번에 갖고 온 물자 중 얼마를 평양시 1만 세대 건설에 지원하라”는 요구도 따르게 됩니다. 잘못이 없다고 해도 “동무가 해외에서 편안하게 지내며 돈을 벌 동안 고국에선 장군님 방침을 관철하느라 죽을힘을 다해 고생하고 있으니 갖고 온 물자를 내놓아 충성심을 증명하라”는 회유가 따르게 됩니다.

해외에서 구입해 온 물자를 지켜 집에 갖고 가려는 사람과 이걸 하나라도 더 뺏어내려는 굶주린 북한 당 및 보위성 간부들과의 신경전이 조만간 막을 올리게 됩니다.

만약 소식통의 제보대로 11월 중순에 일부 외교관이 귀국한다고 해도 이들은 4개월 뒤인 3월 중순에야 평양에 있는 집에 가게 됩니다. 물론 이중 몇 명은 죄를 지었다고 잡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기약 없이 해외에 남아 갇혀 살면서 번 돈을 까먹고 사는 사람이나, 이런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귀국하는 사람이나 서로가 당분간 앞날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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