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세월호 참사에 朴 고발하더니…‘내로남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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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TV’ 캡처
‘황교익TV’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월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일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씨의 유튜브 채널인 ‘황교익TV’에 출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야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 지사는 “재난 총책임자로서 실시간 대응을 했다”고 반박했지만 야권에선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고발한 이 지사를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했다. 지사직 유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경기도는 20일 “이 지사가 사건 당일 재난책임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화재 당일인 6월 17일 이 지사의 당일 시간대별 조치를 담은 자료를 냈다. 경기도에 따르면 당일 오전 5시 36분에 발생한 화재는 오전 8시 19분 초기진화가 됐고, 대응 1단계가 해제됐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전날 미리 경남 창원으로 가 있던 이 지사는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와의 협약식 등을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들어 대응 1, 2단계가 다시 차례로 발령되자 이 지사가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화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대처했다는 게 경기도 측 설명이다. 이 지사가 유튜브 촬영을 마치고 다음날 예정된 경남 고성 일정을 전면 취소한 뒤 화재 현장에 도착한 건 18일 오전 1시 30분경이었다.

경기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자들의 공세는 불을 뿜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명백한 과오에 대한 구구한 변명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백번을 되짚어도 명백한 사실은 이 지사가 지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힐난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이날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 지사가 2016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다시 회자됐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고발한 이 지사가 정작 본인은 이천 화재 때 떡볶이 ‘먹방(먹는 방송)’을를 찍으면서 파안대소 했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사람이 실종되고 관내에서 엄청난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지역에서 자기 볼일을 다 볼 수 있느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가지고 정치적 희생물로 삼거나 공방의 대상으로 만든다”고 맞섰다. 이 지사는 “우리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왜 구조 현장에 가지 않았는지 문제 삼지 않고 지휘를 했느냐 안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 삼는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영상을 찍기 위해 경남에 남아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음날 일정 때문에 (경남에서 머문) 그런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와 영상 촬영을 한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던 황 씨는 이날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사장 후보자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사장 내정 사실이 알려진지 일주일 만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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