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행보’ 윤석열 vs ‘조기 입당’ 최재형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5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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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동아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동아DB]

“저는 저 자체로 평가 받고 싶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달 12일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가 아닌 ‘정치인 최재형’으로서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행보는 시작부터 엇갈리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있다. 장외에서 민심을 충분히 경청한 뒤 정치적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에 의해 나라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기준에 맞춰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부터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을 내걸고 민생 행보를 펼치고 있다. 현장에서 국민과의 만남을 통해 탈원전 정책 등을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반문(반문재인) 기조를 내세운 윤 전 총장은 야권 인사 등과 잇단 회동도 가졌다. 정권교체의 선봉에 선 대선 주자임을 각인시키며 야권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은 독자 행보를 통해 외연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를 위해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빅 플레이트(Big Plate‧큰 그릇)’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했다.

윤 전 총장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8월말로 예정된 국민의힘 ‘경선 버스’를 타지 않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지지율과 인지도를 높이는 ‘현실정치’에 나섰다.

최 전 원장은 15일 이준석 대표를 만나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퇴 이후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삶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조기 입당을 통해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고, 당내 우호 세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지도부가 모여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하는 행사도 열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감사를 여권의 공세 속에서도 밀어붙이며 보수 지지층 등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일각에선 최 전 원장이 정치적 가치를 ‘변화와 공존’으로 제시하고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고 밝힌 만큼 ‘통합과 치유’를 강조하면서 반문 행보를 보이는 윤 전 총장과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이 ‘처가 리스크’에 맞닥뜨리면서 상대적으로 도덕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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