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재개발-택지 ‘지르고보자’…선거 앞 물량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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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26일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환호 그 자체였다. 특별법 통과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변성완 후보, 박인영 후보,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춘 후보(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26일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환호 그 자체였다. 특별법 통과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변성완 후보, 박인영 후보,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춘 후보(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보궐선거’가 열흘도 남짓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표심을 의식한 정책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선거용 막판 정책 물량 공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가운데에는 ‘김해 신공항 백지화’부터 공직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책까지 후폭풍이 예상되는 내용이 적잖다.

일부는 추진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주민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땅에 떨어진 정부 신뢰도에 다시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 선거 직전 쏟아지는 정책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3.29.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3.29. 사진공동취재단



국토교통부는 30일 김해신공항 사업을 공식 중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으로 가덕도신공항법 후속조치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정부가 확정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을 5년 만에 공식적으로 포기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 말 이후 중단됐던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폐기된다. 국토부가 2015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을 맡긴 뒤 용역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 확장을 위해 추진하던 모든 과정이 백지화된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특별법에 따라 예비 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 곧바로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으로 5월까지는 용역기관도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29일 대통령 주재 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책에는 뿌리 깊은 공직사회의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예방-적발-처벌-환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규제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예방단계에선 △재산등록 대상 전체 공직자로 확대 △공직자 부동산 신규 취득 제한제 도입 △1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한 징벌적 양도소득세율 도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 토지 취득 규제 강화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적발을 위해 △2000명 규모의 수사인력 투입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조기화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 포상금 10억 원으로 상향 조정 △부동산 매매업 등록제 도입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처벌 수위는 대폭 높여져 △미공개 정보 이용 시 5년 이하 징역과 3~5배의 벌금 부과 △4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가담자 시장 퇴출 △분양권 불법 전매 시 10년 간 청약 당첨 기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투기로 얻은 이익 환수를 위해 △부당이득액의 3~5배 환수 △LH·지방자치단체 등 부동산 곤련 업무 종사자 대토보상 제외 △투기 목적 취득 농지 강제 즉시 처분 등의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9일 오후 늦게 도심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을 발표했고, 31일에는 ‘2·4대책’의 첫 후속조치로서 1차 도심사업 후보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7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추가 사업지와 2차 신규 공공택지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보궐선거 이틀 전인 4월5일에 추가 신도시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정책 신뢰 저하 우려





정부가 이처럼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는 데에는 LH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멀어져 가는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 물량 공세’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22~26일까지 18세 이상 성인남녀 2516명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전주보다 0.3%포인트 오른 62.5%로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전주보다 0.6%포인트 떨어진 25.6%에 머물렀다.

따라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가능한 카드를 모두 동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쏟아내고 있는 정책 하나하나가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 본격화’는 대표적인 친여권 성향의 경제학자인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마저 “정부와 여당이 어떤 예비타당성 면제의 구실을 갖다 붙인다 해도 군색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덕도 신공항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규제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다.

대표적인 게 재산등록 대상 확대 조치다. 이에 따라 4급 이상에서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경우 당사자만 150만 명에 이르고, 직계존비속을 합치면 6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인구(5182만 명)의 10분의 1이상에 해당한다. 이들 중에는 투기 정보와 무관한 분야 종사자도 적잖다. 이들이 집 한 채를 사고팔 때마다 신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엄청난 행정력 낭비와 함께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 발표 직후 대구에선 공식적인 비판 성명까지 나왔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대공노)은 29일 성명을 통해 “(모든 공무원 재산등록 의무화는) 새내기 공무원에게 범죄 집단의 굴레를 씌우는 것”이라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재산까지 공개해야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공노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분노한다. 재산등록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고 하루속히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공급 대책도 추진 과정에서 주민 동의를 3분의 2이상 받아야 하는 등 민간의 협조가 절대적인 사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LH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공공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에서 정부 기대대로 주민들이 움직여줄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서울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들로 분류되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것도 변수다. 두 사람 중 누가 되더라도 공공 주도의 도심 개발이라는 정부 방침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후폭풍과 반발 등으로 정책이 중단될 경우 이미 땅에 떨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에 또다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지역의 대학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을 보면 뒷감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적인 정책 느낌이 강하다”며 “정책 실명제라도 도입해서 책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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