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ICJ 제소 현실성 있나…정부는 “신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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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17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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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반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며,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17일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한다. 2021.2.16/뉴스1 © News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반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며,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17일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한다. 2021.2.16/뉴스1 © News1
정부는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3)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ICJ 카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ICJ 회부 절차, 한일 ‘정치적인 합의’ 선행돼야

이 할머니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도록 ICJ에서 판단을 받아 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달라고 촉구했다.

ICJ는 유엔 헌장에 규정된 유엔의 주요 사법기관이다. ‘해석과 적용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ICJ에 회부한다’는 내용이 있는 국가 간 조약을 근거로 ICJ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당사국들은 ‘분쟁 사안’을 회부할 수 있다.

단 위안부 문제의 경우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ICJ에 제소하려면 먼저 한국과 일본이 논란이 되는 ‘법률상의 문제’에 대해 선(先)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합의를 기초로 ‘ICJ에 판단을 구합니다’라는 식의 접수 절차를 거쳐야 제소가 가능하다. 즉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가 선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할머니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언급하면서 “우리 같이 가자. ICJ에서 똑바로 밝히자”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현실성 낮다” vs “한일 모두 ‘윈윈’ 할 수도”

외교가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ICJ에서 실제 다뤄질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먼저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은 한일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을 꺼려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갈등 상황으로 확전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배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외교부가 이날 이 할머니의 ICJ 제소 입장에 “위안부 할머니 등의 입장을 조금 더 청취해보고자 한다”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원론적인 반응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간 학계 일각에서 ‘ICJ 제소 카드’가 언급된 적은 있지만 피해자 측에서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 같은 학계의 아이디어를 두고 사실상 ‘무대응’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에는 피해자 할머니가 ICJ 제소를 언급해 ‘신중 검토’ ‘의견 청취’ 등의 발언을 내놨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되고 주목 받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ICJ 제소는 한일 양국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 일본 측의 사죄 등 ‘비금전적’인 면에서, 일본은 개인청구권 협정 소멸, 주권면제(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 위반과 같은 ‘금전적’인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할머니와 함께 추진위를 결성한 연세대 법학연구원 신희석 박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만족할 만한 부분은) ICJ는 사죄와 책임 인정, 역사교육 등 비금전적인 구제를 더 중요시한다”면서 “과거의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 위반이었다는 것이 확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일본이 만족할만한 부분은) 개인청구권 포기, 주권면제 등 절차적 이슈는 한국이 패소할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윈윈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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