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손실보상 주무부처 교통정리… 기재부 대신 중기부에 맡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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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자영업자 대책은 중기부 소관”
‘머뭇거린 기재부에 경고’ 해석도… 헬스장-PC방 등 우선지급 고려
文 “재정이 감당할수 있는 범위로”
與관계자 “소급적용은 고려 안해”… 黨내부선 “과거 피해도 보상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손실보상 제도화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대책을 둘러싼 정부 여당 내의 갈등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손실보상제의 주무 부처로 중소벤처기업부를 명확하게 지명하면서 부처 간 교통정리까지 했다. 여권은 관련 입법 및 손실보상금 지급은 늦어도 4월경에는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보건복지부 등 방역 관계 부처 업무보고에서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지시하면서 “중기부 등 부처와 당정이 함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대신 중기부를 지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손실보상제에 머뭇거렸던 기재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초 제안한 손실보상제에 기재부가 줄곧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 보전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예산 재편론’을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 보전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예산 재편론’을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정부가 보상하는 손실보상제를 강조했지만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반기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전날(24일) 손실보상제 등을 논의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도 감기 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책정은 기재부가 하는 게 맞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 지원은 원래부터 중기부가 해 왔다”며 “손실보상의 대상은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인 만큼 주무부처는 중기부가 맞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 현황 등은 중기부가 파악하고, 지급 기준 마련 등은 기재부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 법제화를 중기부가 총괄하게 되면서 관련 법령도 중기부 소관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법)을 정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정부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한 헬스장, PC방, 코인노래방 등을 손실보상금 지급 우선순위 업종으로 고려하고 있다. 여당은 또 매출 손실액에 따라 비례 보상하는 방안과 과세 자료가 없는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일정 액수를 보상하는 방안 두 가지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헌법 23조 3항에는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그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행정명령에 따른 손실 보상을 위한 법률과 시행령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3차 대유행의 급한 불은 껐지만, 집단 면역 전까지 혹시 모를 재유행을 준비한다는 성격도 있다.

다만 손실보상법이 마련되더라도 소급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언급한 것도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손실보상금을 엄격히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당 관계자는 “이번 법의 취지는 보상금 지급을 제도화해 향후에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급 적용은 일단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여전히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발생한 영업 손실이라면 과거의 피해라도 보상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날 문 대통령이 공개 언급에 나선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 법제화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경에는 손실보상금이 지급될 가능성도 있지만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지급될 경우 ‘선거용 돈 풀기’라는 지적이 일 수 있어 여권은 고심하고 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박효목 기자
#손실보상#문재인대통령#더불어민주당#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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