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강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말을 트집 잡아 ‘강경화의 망언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끈하는 담화를 낸 것이 강 장관 교체에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외교장관 교체에 대해 “강 장관이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3년 이상 재임하며 장기 부임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 주요국 행정부의 변화가 있다”며 “여기에 맞춰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체코 방문 당시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라고 공식 영문 트위터에 잘못 적었다. 2019년에는 ‘발트 3국’을 ‘발칸 3국’으로 잘못 쓴 영문 보도자료를 냈다가 주한 라트비아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남부유럽에 있는 ‘발칸’으로 표기한 것이다. 또 같은 해 한국과 스페인 외교 차관급 행사인 ‘한-스페인 전략 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거는 의전 실수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을 어물쩍 넘기려다가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말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강 장관의 CNN 인터뷰 내용을 오역했다가 정정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과거 전단 살포 후 북한이 고사포를 쏜 사례를 강 장관이 든 것에 대해 CNN 앵커가 “그런 대응을 하다니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전단 살포나 북측 발포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앵커가 전단 금지 취지에 공감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게 오역을 한 것이다.
잇따른 의전 실수 외에도 대외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강 장관이 정부의 민감한 대북·외교 현안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기도 해 ‘그림자 장관’이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사건 직후 강 장관은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는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무원 피살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 정도로 핵심 정보에서도 소외됐다.
무엇보다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북한 김여정이 강 장관을 콕 찍어 독설을 퍼부은 것이 이번 개각에 영향을 준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은 지난해 12월 5일 바레인에서 열린 중동지역 다자안보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 제로’ 주장을 정확하게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사흘 뒤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담화에서 “강경화가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들었다”며 “(발언에 대해)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협박성 주장을 했다. 북한에서 ‘계산’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어서 김여정의 담화 직후 북한이 보복성 대남 도발에 나서거나 강 장관이 개각에서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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