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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김정은, 한손엔 核…한 손은 바이든과 악수? [우아한 전문가 발언대]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입력 2020-12-30 14:00업데이트 2020-12-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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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가 고통 받은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북한은 발원지인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연초부터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국가 비상 방역 체계’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경제는 제재로 인한 압박에 더해 국경 봉쇄로 인한 물류 유입의 급감, 심지어 올 해 유난했던 호우와 태풍으로 수해마저 겹친 ‘삼중고’에 시달리며 크게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 김정은 리더십은 안정적인가?
이토록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실시했습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원수 칭호가 부여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자신들의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은은 “하늘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라며 때때로 울먹이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이라 하는 북한 지도자의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듭 인민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던, 마치 자유세계의 포퓰리스트 정치인 같아 보이는 김정은의 언행 뒤에는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고 어업마저 통제할 정도로 방역에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정한 권력자의 모습이 함께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어찌됐든 국난에 가까운 위기 속에서도 김정은의 리더십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견제해야 할 만한 대상들을 과감하게 숙청했고, 군부의 수뇌부조차 본인의 심복들로 채웠으며, 대중들에게는 인정 넘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책임과 위험요소들은 분산시켰습니다.

● 21년도 북한의 행보는?
김정은이 장기적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면 현재 북한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넘어서야만 할 산입니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8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고 인정한 바 있는데, 언뜻 전향적으로 보이는 그의 발언을 놓고 향후 북한이 내부적으로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의 개혁적인 조치들을 도입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지금 전문가들의 관심은 북한 지도부가 내년 1월 초에 열릴 것이라 예고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스스로 경제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망과 목표를 제시할 것인지, 아울러 향후 경제 정책에 있어서 전향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사회주의 보수 노선을 다시금 공고히 할 것인지 등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북한 당국은 2020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들을 스스로 크게 치하하면서 내부 결속을 더욱 단단히 하여 경제의 자력갱생에 힘을 쏟으며, 대외적으로는 버티는 전략을 취하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우선 김정은의 권력이 아직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름 아닌 핵 능력의 고도화에 근거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 지도부는 핵과 미사일을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과 최고의 가격으로 흥정하고자 하고 있으며, 원하는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는 ‘핵보유국’이라는 깃발을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에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은 우리 정부일 수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일정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새로운 무엇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심지어 우리와 의견을 조율해야만 하는 워싱턴은 정권 교체와 코로나19?사태 악화로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초조해진 우리 정부가 행여나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인들의 지혜처럼, 우리 정부는 새해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차분하게 알리고 동조를 구하며, 선제적인 외교를 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이 단지 중개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임을 반드시 피력하고, 우리가 원하는 비전인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해야만 할 것입니다.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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