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등에 편지보낸 주호영 “공수처, 권력의 사냥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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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7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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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들에게 공수처장 임명에 협조하지 말아 달라는 뜻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여당측 추천위원은 즉각 “추천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편지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전횡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권력의 횡포로 ‘공수처’를 강행하고, 다수의 힘으로 ‘공수처법 개정’까지 강행하며 추천위마저 유린하고 있다. 절차적으로 아무런 정당성도 공정성도 합리성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다. 고위공직 관련 모든 사건을 보고 및 이첩토록 요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공수처가 출범하면, 울산시장 부정선거,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등 정권비리 사건은 모두 수사 중지되거나 은폐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부정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4년째 비워두고 임명하지 않은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려는 의도는 뻔하지 않느냐. 이것만은 추천위원들께서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이어 “대통령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놓인 공수처라면 별도로 만들 이유가 없어진다.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며 “이 정권의 ‘묻지마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 준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천위가 ‘새해 벽두에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표를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느냐.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추천위에 새로 후보들을 추천하고, 하나하나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더 나은 후보는 없는지 정성껏 찾아보고 당사자가 거절한다면 함께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 추천위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 측은 이 편지를 밀봉된 친전 형태로 야당측 후보추천위원을 포함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에게는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해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측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운영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추천위원에게 편지라는 형식으로 무언의 압력이 될수 있는 내용을 보내는 것은 추천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볼수도 있다”면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은 국회의장에 의해 위촉됐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지위에서 후보추천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추천위원들 연락처를 몰라서 편지를 직접 받지 못해 한결 가벼운 마음”이라며 “내용은 편지를 받지못해 잘 모르겠지만, 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추천위원에게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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