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껴안는 국민의힘, 與 5·18법 고민…“개인 판단을 처벌”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8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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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당론으로 채택한 5·18 역사 왜곡 처벌법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야권의 입장이 주목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호남 민심 챙기기에 나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당론 채택과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를 차단하는 민주당의 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한국노총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5·18 역사왜곡 처벌법 당론 채택과 관련 “저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입법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법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당내 반응 역시 대부분 김 위원장과 비슷하다. 호남 끌어안기는 끌어안기대로 가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을 가로막는 법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월17일 역사 왜곡법에 대해 학계 등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당장 입법 추진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현재 당에서도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대를 하는 것이라 충분히 검토해 (법안 발의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박완수 의원은 “특정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국민 나름대로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너무나 과중한 처벌”이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당에서 충분히 심의해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 역사적 사실 등 너무 강화된 처벌이나 조항은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은 “5·18 단체들과 토론을 해서 합일되는 안이 나온다면 우리도 당 지도부와 협의해서 할 것”이라며 “소통 창구가 통합위원회가 됐기 때문에 5·18 단체들하고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논의를) 주도할 것이고, 거기에 따라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찾아본 후 도저히 안되면 왜 안되는지 설명하겠다고 5·18 단체들에게 설명했다”며 “우리가 호남에 들어가니까 민주당이 조급한 것 같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특별법이 없어도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처벌되지 않느냐”며 “5·18에 대해서만 특별한 규정을 두는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친일 문제든, 4·19 혁명이든 간에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있으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5·18은 정부 발표조차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무엇을 가지고 허위 사실이라고 단언하느냐”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법적인 논리로만 따지면 상식적이지 않다”며 “호남과 광주 쪽 유권자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기법 아니냐는 식의 의혹도 가질 수 있다. 현재 여당이 압도적 다수이기 때문에 여당이(법안을) 밀어붙여도 그럼 야당은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이 발의한 5·18특별법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5·18역사왜곡처벌법)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5·18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형석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부인·비방·왜곡·날조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 등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했으나 정부의 발표·조사를 통해 이미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 부분을 허위사실로 유포할 경우는 예외로 했다.

설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5·18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은 발포 책임, 암매장 유해 수습, 헬기 사격, 계엄군 성폭력 등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고 광주 주변 지역으로 진상규명의 범위를 넓혔다.

5·18진상조사위의 활동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고 위원회 직원 수를 50명에서 70명으로 늘렸다. 유해 발굴과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근거도 보강됐으며 조사위의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민주당은 5·18특별법에 대해 소관 상임위 심사를 거쳐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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