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 필요”에…與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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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6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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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과 관련해 “엄격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했다가 여당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총재에게 재정준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 총재는 “위기가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보면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독립기관인 한은 총재까지 나서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한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고 날을 세웠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질타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경제회복을 제한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점진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며 “중앙은행은 세계 흐름을 보면서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재정준칙이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한 마디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건전성 저하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극복됐을 때에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재정준칙과 관련한 견해가 IMF가 평가한 것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두둔했다.

박형수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 총재와 의견을 같이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도 “많이 곤혹스러우실 것 같다”며 “한은이 계속 정치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며 힘을 실어 줬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재정운용에 필요한 자기 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며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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