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 이동성·지속성서 재래식과는 비교 불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6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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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추진 잠수함, 하루 1~2회 수면 노출 약점
박진원 "체계적이고 꼼꼼한 기술과 계획 필요"
하태영 "북한 SLBM 잡으려면 핵잠수함 유리"

청와대가 지난달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 구입을 미국 정부에 타진했다는 설이 제기된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진원 한얼솔루션 통합설계실 박사가 지난해 발표한 ‘미해군 원자력추진 프로그램으로부터 얻은 미래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한 기술 및 정책적 교훈’ 논문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SSN)은 이동성(mobility), 유연성(flexibility), 지속성(endurance) 측면에서 재래식추진(화석연료)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다.

핵추진 잠수함은 기관용 산소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연료 우려 없이 장기간, 고속으로 잠항 항해할 수 있다. 반면 전기추진 잠수함은 주동력인 축전지 충전과 함 내 환기를 위해 보통 하루에 1~2회 이상 스노클 항해(수면 노출 항해)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잠망경과 스노클마스트를 해상에 노출해야 하므로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은밀한 작전이 불가능해진다.

핵추진 잠수함은 늘어난 임무 기간만큼 다양한 무기를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다. 또 극지방 얼음 아래를 통한 대륙 간 이동 등 최대의 전략적 기동능력으로 장기간 세계 모든 해양을 다닐 수 있다.

해수(수소, 산소)를 전기분리하면 공기와 물을 무한 생산할 수 있어 장기간 독립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실질적인 작전일수는 승조원을 위한 식료품 양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 해군을 위해 해상교통로 보호, 항모전투단 또는 원정타격단 보호, 적에게 전술적 모호성(스텔스) 초래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이미 2000년대 초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국방부는 ‘362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해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척당 수조원에 이르는 획득비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명주기 운영비용,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동의, 국민적 합의, 국내 원자력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신 등으로 좌절됐다.

그 후 수년이 흘렀고 이제 우리 군은 잠수함 개발 역량과 원자력 기술을 크게 향상시켰다.

우리 군은 1970~1980년대 돌고래급 잠수정을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 209급, 214급 잠수함을 독일로부터 도입해 운영해왔다. 2000년대부터는 장보고-III급 잠수함을 독자 설계해 건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재래식잠수함 설계·건조 역량을 인정받아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하는 등 세계 5대 잠수함 수출국의 반열에 올랐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1978년 고리발전소를 시작으로 지난 40여년간 많은 발전소를 건설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경험이 쌓였다. 199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 원자력 기자재를 수출했고 2016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했다.

다만 실제 핵추진 잠수함 개발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육지에 고정 설치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핵추진 잠수함은 파도, 조류, 바람이라는 열악한 해상이나 수중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박진원 박사는 “승조원들이 원자로가 설치된 함 내에서 오랜 시간 근무해야 하며 어뢰와 유도탄이 난무하는 전투상황에서 위험한 원자로를 탑재하고 급격한 기동을 해야 하는 3차원 운동을 해야 하는 대형 플랫폼”이라며 “무엇보다 국제사회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며 꼼꼼한 기술과 정책적 계획이 선행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막으려면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태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2017년 ‘북한 SLBM 위협 증대와 한국군의 대비방향’ 논문에서 “북한 잠수함의 치명적인 SLBM 발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한 잠수함기지 수역에 은신하면서 모항에서부터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다 SLBM 발사 징후 포착 등 필요시 격침까지 해야 한다”며 “이런 작전을 더욱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기추진 잠수함보다 부상하지 않고도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대잠작전 능력 강화의 핵심은 수중에서 잠수함을 탐지하고 격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인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돼야 한다”며 “완벽한 협동작전을 위해서는 장시간 작전이 가능한 P-8 해상초계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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