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경색 장기화에 불만… 신형 ICBM 공개로 압박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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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훈련장에 새 격납시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정체불명의 대형 임시 보관시설이 발견되면서 북한이 다음 달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핵심 전략무기를 선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상업위성이 포착한 이 시설은 길이 37m, 폭 7m의 직사각형 구조물이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5형 ICBM(길이 22m로 추정)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 1대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현재까지는 활주로 끝단의 주차장 인근에 2개가 세워졌다. 군 소식통은 “건물의 형태나 구조로 볼 때 규모가 큰 미사일을 싣는 TEL을 보관하는 용도일 수 있어 한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시설 인근과 비행장 주변에서 ICBM이나 TEL의 흔적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림비행장에선 최대 1만 명의 병력과 다량의 차량 장비가 참여한 가운데 열병식 연습이 거의 매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병력이 참가하는 열병식 연습이 막바지로 치닫는 시점에 해당 시설이 세워진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행사 직전 ‘최종 리허설’에 동원될 무기 장비 가운데 ICBM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열병식에 ICBM을 동원한 것은 2018년 2월 건군절 70주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각종 기념일 열병식은 ICBM을 빼고 재래식 무기 위주로 평이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은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인 북한이 경고장을 날릴 공산이 크다는 것. 또 다른 군 관계자는 “2017년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 때처럼 화성 계열의 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총동원해 대미·대남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형 ICBM의 공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액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기존의 화성-14·15형 ICBM보다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고체엔진 ICBM의 실체가 이번 열병식에서 최초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체엔진 ICBM은 사전에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고, 추진력도 액체엔진 ICBM보다 훨씬 세다. 지하 갱도 등에 대기하다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10분 내로 쏴 올릴 수 있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사거리가 늘어나고 기습 타격력도 배가된 고체엔진 ICBM이 실제로 확인될 경우 미국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병식 연습 현장에 귀빈용 참관단이 설치되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행사에 참석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참관단이 세워질 경우 김 위원장이 주관하는 가운데 신형 ICBM 같은 ‘새로운 전략무기’가 열병식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군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 당국도 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현장에 참관단이 설치됐는지를 집중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열병식이 미 대선(11월 3일)을 겨냥한 ‘대미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등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 뒤 미 대선 전후로 SLBM(북극성-3형)을 쏴 긴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대미 주도권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북한#미국#icbm#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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