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전향’ 묻자 발끈한 이인영 “태의원, 남쪽 민주주의 이해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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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청문회 색깔론 공방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하나” 질문에… 李 “운동권때도 지금도 아니다”
“이승만 정부 괴뢰정권인가” 묻자… “김구가 國父 됐어야” 답하기도
“특사로 평양 방문 주저 안할 것”… 북핵문제 통일부 직접개입 의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후보자는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입니까, 아닙니까?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한 적 있습니까?”(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운동권 시절)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탈북 고위 외교관 출신 태 의원과 이 후보자가 사상 검증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의 첫 질의자로 나선 태 의원은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사상 전향”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사상) 전향이라는 건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라며 “북에서는 사상 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몰라도 (태 의원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맞받아쳤다.

“이승만 정권이 괴뢰 정권이냐”는 박진 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괴뢰 정권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다”면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의 국부라는 부분에 대해 나는 사실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의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게 더 마땅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대북 특사를 자청하면서 통일부가 북핵 문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가 특사가 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되면 100번이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현 단계에서 북이 100을 다 얻지 못해도 70∼80쯤 얻으면 지금 북-미 관계를 개선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사 방문과 관련해 북한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북핵 문제를) 외교부에만 맡겨 주도하는데 그렇게 할 일이 아니다”라며 “통일부가 북핵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걸 정치권이 합의하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11월) 미국 대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갖고 있는 ‘스몰딜+α’ 안을 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조건이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폐기 로드맵에 대해 “스몰딜+α(뿐 아니라), 빅딜도 있다”며 “스몰딜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30∼40% 단계만 진입해도 비핵화 과정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몰딜+α는 북한의 핵심 핵 시설 일부를 폐기하면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한다는 새 외교안보 라인의 구상이다. 이 후보자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은 상태의 핵보유국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중간 정도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말대로 작전 지역 반경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면 북한이 반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이인영#통일부장관#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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