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조문 안간다고 탈당 행렬…정의당의 험난한 ‘홀로서기’

뉴스1 입력 2020-07-12 17:26수정 2020-07-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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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외쳐온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두고 후폭풍에 직면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며 탈당하는 당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에 무게를 둔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발언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논리는 박 시장은 오랜 정치적 동지로 우리나라 시민운동사에 남김 족적을 기려야 한다는 것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 인권과 정의를 외쳐온 정의당이 이들의 ‘항의성 탈당’에 굴복할지, ‘2차 가해’에 떨고 있는 피해자 보호라는 소신을 지킬 지 기로에 섰다.

12일 정의당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탈당 규모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탈당 당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탈당계를 낸 당원들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조문하지 않겠다’고 한 의원들의 발언이 무례하다는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정혜연 전 정의당 청년부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글을 올린다”며 “탈당하시겠다는 분들의 글을 보면서 우리 당이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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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당이 이러한 논란의 한복판에 있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최소한 사람 된 도리에 맞게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릴 줄 아는 정치는 어디 갔느냐”고 초선인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9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신’은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고소한 사람으로 해석된다.

장혜영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밖에서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불만을 드러내며 논란을 키웠고, 당 안에서도 “지금은 애도할 시간인데 너무 한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

사실 정의당의 속사정은 꽤 복잡하다.

이번 조문 논란뿐 아니라 민주당과 얽힌 예민한 사안에서는 늘 당내 여론이 분열돼 왔다. ‘민주당 2중대’에 머물러선 안된다며 더 선명한 정체성을 부각해야 한다는 혁신 목소리와 당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민주당 및 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이 충돌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도 정의당의 조국 사태 대응을 두고 크게 흔들렸다.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정당투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제한적 환경이 정의당의 손과 발을 묶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총선에서 단 6석에 그치자 절치부심한 정의당은 최근 들어 ‘범여권’이라 부르지 말고 ‘진보 야당’으로 칭해달라고 여당과 각을 세워왔다. 당 혁신작업의 일환으로 ‘민주당 2중대’를 거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단독 원구성에도 항의하며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에 불참하는 등 ‘야당’으로서의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때마다 정의당은 당내 문 대통령 지지세력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아왔다. ‘민주당을 물어뜯어 정권을 미래통합당에 넘겨줄 것이냐’는 비판에서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당원이 탈당한다고 해서 의원 개인의 소신과 의견을 번복하거나 지도부 차원에서 사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심상정 대표와 이정미 전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강은미 이은주 의원은 박 시장 빈소를 조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어려움을 반영하듯 전날 심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인가,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은 어떠한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요즘 정의당을 보는 시선이 세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캐스팅보트’도 없는 정의당(6석)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인가. 셋째는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등이다”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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