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장병들의 희생 기억해야”…90세 넘은 노병이 전한 메시지[원대연의 잡학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2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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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내내 6.25전쟁 당시를 이야기하던 노병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이름이 적힌 비석)들을 찬찬히 응시했다. 잘 보이지 않는 듯했지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전우의 이름을 발견하자 모자를 벗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허리를 곧추세우고 조용히 묵념을 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전쟁 당시 대한민국 전투함 백두산함의 갑판사관으로 북한과의 최초해상전에서 승리했다. 바다로 부산을 점령하려던 북한 무장 선박을 막아 낸 것이다. 강원도 평강출신으로 해방직후 월남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대한해협 해전을 비롯해 덕적도와 영흥도 탈환작전, 인천 상륙작전 등에 참전하며 3년을 전장에서 보냈다.


최 대령은 최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닥쳐온 안보 위기와 관련해 “6·25전쟁 70주년과 국군 장병들의 희생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사자 유족 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내가 전사하더라도 국가가 내 시신을 끝까지 수습하고 내 가족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군대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90세가 넘었지만 노병의 눈은 빛났다. 참전용사 대표로 선정되어 여기저기 찾는 곳이 많지만 “힘이 들어도 국가에 대한 내 마지막 헌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몸의 대부분이 고장 났어도 정신은 아직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뒤에 서있는 이제 후배 병사들이 책임지고 있다.

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사진 송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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